“입 안에 불덩이를 물고 있는 것처럼 혀가 타는 듯이 화끈거리고 아프다. 혓바늘이 돋은 것도 아니고, 입 안에 상처가 난 것도 아닌데 하루 종일 혀가 화끈거려 밥을 먹는 것조차 힘들다….”
이른바 ‘구강작열감증후군(BMS)’에 시달리는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이다.
구강작열감증후군에 걸리면 혀, 입천장의 앞쪽, 입술 등에서 화끈거리는 느낌과 함께 쓰리고 따끔거리는 통증이 나타난다. 때로는 흡사 구강건조증이나 미맹에 빠진 듯이 입안이 마르거나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증상도 느낄 수 있다.
환자들은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입 안의 이물감과 하루 종일 이어지는 통증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심할 경우에는 음식물을 먹는 것이 힘들어 기운이 빠지기도 하고 수면 장애가 심해지거나 우울증상까지 겪기도 한다.
구강작열감증후군은 또한 50세 이상 폐경기 여성에게 흔하다. 발생빈도는 폐경기 여성 10명 중 한두 명 정도가 경험할 정도다.
서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고홍섭 교수는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각종 약물을 복용하는 만성질환자 및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발생률이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원인은 감각신경계의 기능변화다. 보통 혀나 구강점막에 가해지는 만성 자극이나 구강건조증이 있을 때, 당뇨와 비타민결핍같은 만성 질환을 갖고 있을 때, 수면장애 및 불안, 우울감이 팽배할 때 이런 변화가 촉진된다.
치료는 발병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우선 만성질환이 구강작열감증후군을 부추길 때는 그 질환을 퇴치하는 것이 우선이다. 구강작열감증후군 환자 중에는 특히 당뇨나 빈혈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가 상당수인데, 이 경우 원인질환인 혈당조절을 제대로 하고 빈혈을 바로잡는 것만으로도 타는 듯한 입 안 통증을 많이 줄일 수 있다.
구강건조증 및 구강 진균(곰팡이) 감염도 흔한 원인 중 하나다. 구강건조증이 있으면 구강 작열감이 더 심해진다. 이럴 때는 인공타액을 사용하거나 타액 분비를 촉진시키는 약 처방이 필요하다.
한편, 구강건조증으로 침이 부족하면 입 안에 곰팡이가 쉽게 자라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때는 균에 의한 감염이 대부분이므로 향진균제를 쓰면 통증이 사라진다.
격심한 스트레스, 우울증 등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입 안에 통증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 경우엔 원인이 되는 정신과 질환을 먼저 치료해야 한다. 바로 폐경기를 거치면서 불안, 초조감이나 우울증을 경험하는 등 심리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 여성들이 구강작열감증후군을 호소하는 경우다.
구강암과 같은 암 질환에 대한 공포증도 구강작열감증후군을 유발한다. 이렇듯 발병에 심리적인 영향이 크다고 여겨질 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상책이다.
고 교수는 “별난 상처도 없이 혀가 아프고 쓰린 통증(구강작열감증후군) 발생 시 어디로 가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지 몰라 갑갑해 하는 환자들이 적지않다. 이 경우 치과병원의 구강내과를 방문하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적절한 치료계획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이유없이 입안 화끈거리고 아플 땐 치과 찾으세요” 구강작열감증후군 증세
입력 2014-12-17 1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