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說)’의 폭풍은 대부분 지나갔다. 검찰이 ‘십상시(十常侍) 회동설’ ‘7인회 배후설’ ‘박지만 미행설’ 등을 대부분 실체가 없거나 근거가 미약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이제 청와대 문건을 반출·유포한 경찰관들에 대한 법리 적용 및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일만 남겨두게 됐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과 나머지 청와대 문건 모두 한 갈래 경로로 유포됐다고 파악했다. 그간의 등장인물 외에 제3자가 개입했거나 또 다른 유출 루트가 존재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박관천(48) 경정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근무 시절 작성한 문건들을 지난 2월 무단 반출해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에 잠시 보관한 데서 시작됐다. 라면상자 2개 분량의 서류뭉치에는 ‘VIP 방중 관련 현지 인사 특이 동향’ ‘○○○ 비서관 비위 연루 의혹보고’를 비롯해 ‘정윤회 문건’도 포함돼 있었다. 문건들은 정보1분실 최모(사망) 경위와 한모(44) 경위가 복사하고 돌려보면서 세계일보 등에 퍼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박 경정과 한 경위의 자백도 받았다고 한다.
박 경정은 다만 세계일보가 지난 4월 문건 일부를 보도한 뒤에야 유출 사실을 알았다고 진술했다. 박 경정은 자신이 유출자로 의심받자 해당 기사를 쓴 세계일보 조모 기자를 접촉해 100여쪽 분량의 문건 사본을 넘겨받고 대화 내용도 녹음했다.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관이 사무실에서 문건을 빼돌려 대검 수사관을 통해 세계일보 기자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대로라면 박 경정과 최 경위 모두 유출 의혹에서 벗어나는 셈이다.
박 경정은 이를 토대로 유출경위서를 만들어 문건 사본과 함께 직속상관이던 조응천(52) 전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보고했다. 조 전 비서관은 6월 초 청와대 오모 전 행정관을 통해 이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에게 전달하고 유출 문건 회수도 촉구했다. 조 전 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5∼6월 민정에 올라간 문건에는 제3자가 범인으로 지목돼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경위서에 등장하는 민정수석실 경찰관, 대검 수사관은 유출에 관여한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이 박 경정이 작성한 가상의 유출 경로를 전달받고 확인 절차 없이 청와대에 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해당 경위서를 공개했을 때 검찰이 “우리가 조사한 것과는 내용이 다르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는 조 전 비서관이 엉뚱한 내용의 경위서를 보내오자 조 전 비서관을 중심으로 한 그룹이 ‘조작’했다고 의심했다. ‘7인회 배후설’은 여기서 비롯됐다. 그러나 7인회 역시 실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靑 정윤회 문건 수사] 십상시說,7인회說, 미행說 실체 없어… 유출 경찰관 처벌만 남아
입력 2014-12-16 1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