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등 27명을 대대적으로 체포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언론탄압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적인 이슬람 사상가 페트라 귤렌과 관련된 숙청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AFP통신 등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경찰이 귤렌 측 언론인을 대거 검거한 것을 “정상화 과정의 일부”라며 귤렌 측 세력 숙청을 계속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또 언론 탄압을 비판하며 터키에 언론자유 수호를 촉구한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이런 거짓말에 신경 쓰지 말라”며 “EU는 자기네 일이나 신경 쓸 것”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이슬람 사상가 페트라 귤렌은 2002년 이슬람주의에 뿌리를 둔 정의개발당(AKP) 집권 이후 세속주의 세력에 함께 대항했지만 지난해 12월 부패수사를 계기로 완전히 적으로 돌아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에 자진 망명 중인 귤렌이 검찰과 경찰에 있는 자신의 세력을 동원해 정부를 전복시키려 했다며 검경 지휘부를 즉각 교체하고 대대적 인사를 단행해 귤렌 세력 숙청에 나섰다. 그는 지난 12일 한 연설에서 “지난해 12월 작전은 부패 수사가 아니라 쿠데타 음모”라며 “그들이 나를 체포하려는 계획이 준비됐고 정부를 전복시킨 이후의 내각 명단까지 만들었다”고 말했다. ‘제마트(공동체)’로도 불리는 귤렌의 추종 세력은 경찰과 사법부, 언론계, 교육계 등 광범위하게 걸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귤렌 측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쿠데타 모의’라는 선동으로 독재체제를 공고히 하려 한다고 비난해왔다. 터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경찰과 사법부에 대대적 인사를 단행한 후 부패사건을 담당했던 검경을 불법 도청과 체제 전복 등의 혐의로 대거 체포했다. 또 주요 부처에서 귤렌 지지자 색출 작업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귤렌 측 기업들에는 세무조사로 응징했으며 귤렌과 관련됐다고 알려진 은행 방크아시야는 지난달 지점 80개를 폐쇄했다.
이런 가운데 전날 언론인 등 검거를 폭로했던 ‘푸아트 아브니’라는 가명의 내부고발자는 귤렌 측 언론뿐만 아니라 주류 언론도 검거 대상이라고 주장해 숙청 작업이 계속될 것을 암시했다. 그는 모든 작전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시하고 있으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검거 대상에 귤렌이 포함되지 않자 그를 넣으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또 작전은 25일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언론 탄압 비판에도 숙청 작업 계속
입력 2014-12-16 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