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인질극으로 전세계 ‘외로운 늑대’ 공포… 전 美 CIA 차장 “내년 미국서 테러 우려”

입력 2014-12-16 17:30

호주 시드니에서 발생한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인질극으로 전 세계가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들이 이런 사건을 활용해 ‘선전전’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에 앞으로 어디에서든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슬람국가(IS)’ 공습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왔던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테러에 대한 공포와 위기감 속에서 ‘위험인물’ 감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호주는 대대적인 IS 소탕 작전을 벌이는 등 반테러리즘 활동에 적극적이었지만 테러에는 속수무책이었고, 오히려 표적이 됐다는 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마이클 모렐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차장은 15일(현지시간)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중 미국에서도 외로운 늑대에 의한 테러가 우려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모렐 전 차장은 “호주 인질범이 IS의 직접 지시를 받은 인물일 수도 있고 스스로 과격화된 자생적 테러범일 수도 있지만 첫 번째 경우가 최악”이라고 분석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외로운 늑대의 공격은 영국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보안당국은 자생적 극단주의 테러리스트에 의한 잠재 위협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영국 정보부(M15)조차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개별 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막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돌아오는 영국인 지하디스트의 대규모 유입이 테러 위협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로운 늑대를 색출하는 작업도 강화되고 있다. 존 키 뉴질랜드 총리는 16일 “뉴질랜드에 호주 인질범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인물이 40여명 있다”면서 “그들을 감시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국가에선 ‘IS가 내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반(反)이슬람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반이슬람 집회에 대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15일 밤 독일 드레스덴에서는 1만명 이상의 시민이 ‘독일 이슬람화 반대’ 시위를 벌였다. IS에 가담했다가 귀국한 독일 국적자가 180여명에 이른다는 이날 내무부 장관의 발표는 시민들의 공포를 가중시켰다.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80㎞나 떨어진 지역에서 왔다는 한 여성은 영국 BBC 방송에 “나는 극우정당 지지자도 아니고, 나치도 아니다”면서 “단지 우리나라와 내 손녀딸을 걱정할 뿐”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