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응급이송 도운 119에 감동, 구급차량과 구급장비 기부

“제가 받은 도움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구급차량과 구급장비를 기부하게 됐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절실한 순간 도움을 받을 수 있길 희망합니다.”

제주 오성레미콘 오영진(59·사진) 대표는 16일 구급차량 1대와 구급장비 36종 등 1억1000만원 상당을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기증하며 그저 환하게 웃었다.

5년 전인 2009년. 119구급대의 봉사활동에 감동한 오씨는 이때부터 자신이 받은 도움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해마다 2000만원씩을 모아 결국 이번에 구급차량과 구급장비를 기부하게 됐다.

당시 폐암을 앓고 있던 아버지의 병세가 급격히 악화돼 급히 서울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에서 오씨는 무작정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도움을 청했다.

오씨의 아버지는 병상에 누워 거동조차 하기 어려운 상태였고, 비행기로 서울에 도착한 뒤 시내병원까지 환자를 옮기는 일에 소방안전본부 관계자들이 큰 용기와 도움을 줬다.

오씨는 119구급대원과 비행기 사무장, 함께 탄 승객의 도움과 배려로 환자인 아버지를 제주공항에서 서울 김포공항, 김포공항에서 다시 병원으로 무사히 옮길 수 있었다.

오씨는 “비행기로 김포공항 활주로에 도착하자 119구급차가 대기하고 있었고, 119구급대원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오씨는 “당시 경황이 없어 도움을 준 대원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제야 조금이나마 미안한 마음을 덜게 됐다”며 “돌아가신 아버지도 좋아하실 것”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소방안전본부 김홍필 본부장은 “1년에 1000명의 인원이 구급차량의 도움을 받는다”며 “기증한 구급차량이 응급상황에서 신속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값지게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