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교회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영주 목사)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대표회장 양병희 목사)은 16일 예수 탄생을 통해 소외받고 힘없는 사람들이 위로받기를 기원하는 성탄절 메시지를 발표했다.
NCCK는 메시지에서 “아기 예수는 평화의 구주로 이 땅에 오셨다”면서 “이는 힘있는 자, 무력을 동원한 자가 아닌 낮고 희생이 넘치는 자의 평화”라고 규정했다. 또 하나님께서는 아기 예수를 통해 부유한 사람을 빈손으로 떠나보내고, 비천한 사람들을 높이신다며 예수는 소외된 자들의 벗임을 강조했다.
이어 “아기 예수는 고통과 슬픔, 절망과 눈물이 넘치는 이 땅 한가운데 와서 아픔을 싸안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라며 올해 슬픔과 절망에 빠진 이들을 격려했다. 세월호 사건으로 가족과 자식들을 잃은 사람들, 일터에서 쫓겨난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 극심한 경제 양극화로 삶의 한계상황으로 내몰린 사람들, 인권 사각지대에서 짓밟힌 사람들, 군대에 보낸 자식의 주검 앞에 선 부모들을 거론하며 이들의 슬픔과 분노와 절망을 잊지 말기를 당부했다.
NCCK는 “절망과 슬픔 가운데 있는 모든 이들에게 아기 예수의 탄생이 큰 위로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며 “이 땅에 진정한 화해가 이뤄지고 모든 슬픔과 눈물이 마르게 되어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가 넘쳐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교연은 예수가 태어나 가르쳐준 비움을 기억하라고 촉구했다. 한교연은 “낮은 데로 임하신 하나님은 자기의 모든 것을 비워가며 나를 선택했다”며 “우리는 많은 재물을 소유하고 권력을 누리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자기를 비워 가난하게 되며 겸손하게 이웃을 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교회가 사회의 비판이 된 것도 비움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한교연은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조롱을 당하고 비판의 대상으로 전락한 많은 이유 중에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나누는 데는 인색하기 때문이라는 평가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온 기독교적 구제와 봉사의 정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항변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생정신을 바르게 실천했는지 반성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한교연은 “오늘 우리 사회에는 화해와 위로, 치유의 따뜻한 손길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며 “세상에서 버림받고 소외된 작은 자들, 병들고 가난하고 억눌린 자들을 가슴으로 품고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성탄절의 의미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NCCK와 한교연의 성탄절 메시지 전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2014 성탄절 메시지>
아기 예수의 탄생을 만물과 더불어 우리 모두 크게 기뻐합니다. 또한 그분의 평화가 온 땅에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아기 예수는 평화의 구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분으로 인하여 우리 가운데 평화가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분의 평화는 사랑의 평화이고, 낮은 자들의 평화이며, 자신을 희생하는 평화입니다. 그분의 평화는 힘 있는 자들의 평화와 다른 평화였습니다. 그분의 평화는 무력으로 세운 로마의 평화가 아니었습니다.
그분은, 선지자 이사야가 전한 대로, 광야 같고 사막 같은 이 고통스러운 세상에 평화의 길을 여십니다. 낮은 곳은 메워 높이고, 높은 곳은 깎아서 평탄한 큰길을 내십니다. 이 땅에 교만한 곳도 비천한 곳도 없이 만드십니다.
마리아는 아기 예수를 잉태하고서 하나님께 찬양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 노래는 오래 전 이사야가 전한 말씀의 뜻을 다시금 새기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아기 예수를 통하여, 마음이 교만한 사람들을 흩으시고, 제왕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며, 비천한 사람들을 높이십니다. 주린 사람들을 좋은 것으로 배부르게 하시고, 부한 사람들을 빈손으로 떠나보내십니다.
그러므로 그분의 평화는 정의를 세우는 평화입니다. 힘없는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시고 권력 있는 자들을 내리시며, 가난한 사람들을 풍족하게 하시고 부를 넘치게 누리는 자들의 손을 비우심으로써 이루는 평화입니다. 그분의 평화는 불의를 물리치고 불평등을 시정하여 모두가 화해하게 하는 평화입니다.
그러나 그분의 평화는 우리 가운데 우리와 함께 하심으로써 이루는 평화입니다. 아기 예수는 갈등과 분열, 억압과 살육이 자행되는 바로 우리 가운데 오십니다. 고통과 슬픔, 절망과 눈물이 넘치는 이 땅 한가운데 오십니다. 그리고 그 아픔을 싸안고 그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니, 다시는 죽음이 없고, 슬픔도 울부짖음도 고통도 없게 하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분의 평화는 요한계시록의 말씀처럼, 우리의 눈물을 닦아 주고 슬픔과 고통을 치유하는 평화입니다. 그분의 평화는 끝내 생명을 품어 살리는 평화입니다. 자신의 가슴을 찢어 우리의 눈물을 그치게 하고, 스스로의 몸을 찢어 우리를 살리는 평화입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뻐하는 것은 그분의 평화를 기뻐하는 것입니다. 그분의 평화가 우리 가운데 이루어지기를 갈망하는 것입니다. 그분의 평화가 우리의 평화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2014년 한 해, 이 나라에는 결코 역사책에 기록으로만 남겨놓을 수 없는, 지금도 사람들의 눈물이 마르지 않게 하는 슬픈 일들이 많았습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가족들과 어린 자식들을 떼로 잃어버린 사람들의 슬픔과 아픔, 일터에서 쫓겨난 노동자들의 눈물과 분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망과 탄식, 극심한 경제적 양극화로 삶의 한계상황으로 내몰린 사람들의 고통과 비탄,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짓밟히는 사람들의 신음과 아우성, 군대에 보낸 자식의 주검 앞에 선 부모들의 분노와 통곡 등, 이 한 해는 일일이 다 거론할 수 없을 만큼 슬픔과 분노와 절망과 아우성과 갈등이 넘쳐났습니다.
이런 절망과 슬픔 가운데 있는 모든 이들에게 아기 예수의 탄생이 큰 위로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또한 이 땅에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지고 모든 슬픔과 눈물이 마르게 되어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가 넘쳐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강력한 천상의 힘으로 오시지 않았습니다. 우리 가운데 연약한 아기로 탄생하셨습니다. 그분은 사람의 손에 안기셨습니다. 이것은 그분의 평화는 우리의 참여와 더불어 이루어진다는 점을 가르쳐 줍니다. 아기 예수는 우리에게 안겨 계십니다. 우리는 그분을 감싼 포대기입니다. 우리는 그분을 누인 구유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복됩니다. 그래서 또한 우리는 그분의 평화를 널리 알리는 나팔입니다. 우리는 그분의 평화를 실현하는 도구입니다.
슬픈 이들과 평화를 갈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복이 있습니다. 아멘.
2014년 성탄절을 맞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한국교회연합 2014 성탄절 메시지>
아기 예수님이 탄생하신 복된 성탄절에 주님의 은혜와 축복이 충만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임마누엘 하나님께서 죄많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하나님이 인류에게 내리신 구원의 선물이며 성탄절은 이를 기념하는 절기입니다. 예수님의 탄생이야말로 이 땅에 사는 모든 인류 모든 족속에게 하나님이 내리신 최고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세상에 속한 온갖 질고와 시련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 도처에서 들려오는 기아와 질병, 테러와 전쟁, 반인륜적 범죄, 경제적 불평등의 굴레에서 인류는 여전히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인류의 희망과 구원을 선포하신 예수님의 탄생이 부자들의 놀이문화로 전락하고 그 그늘에서 들리는 절규에는 귀를 막고 있는 것이 오늘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우리 모두에게 비움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낮은 데로 임하신 하나님은 자기의 모든 것을 비워가며 나를 선택하셨습니다. 당신의 목숨을 비워 나를 살리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 많은 재물을 소유하고 권력을 누리며 호의호식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야 합니다. 오히려, 자기를 비워 가난하게 되며, 가진 것을 나눠 구제에 힘쓰고, 겸손하게 이웃을 섬기는 것이 참된 성탄절의 의미입니다.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조롱을 당하고 비판의 대상으로 전락한 많은 이유 중에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나누는 데는 인색하다는 평가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온 기독교적 구제와 봉사의 정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항변하기 전에 우리 자신이 먼저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생정신을 바르게 실천했는지 반성하고 뒤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교회가 이웃과 지역사회를 섬기는 일을 많이 하고 있음에도 비판적인 평가가 끊이지 않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주님의 모습을 닮기보다 자기들만의 축제를 위한 생색내기라고 보는 일부의 시선과 질책까지라도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합니다. 특히 성직자들은 일반 성도들보다 더욱 엄격한 잣대로 평가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을 스스로 자각하고 더욱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내 모든 것을 드려 사랑을 나눌 때 비로소 그들의 마음이 열리고 그 안에서 그리스도를 보게 될 것입니다.
성탄절은 이제 기독교인들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친숙한 절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성탄절만큼 예수님이 이 땅에 탄생하신 뜻과 목적이 아무 거리낌 없이 훼손되고 왜곡되는 날도 없을 것입니다. 거리 곳곳에 울려 퍼지는 캐럴과 화려한 성탄트리로 치장된 이날은 사람들의 축제일이 아닌, 하나님이 죄 많은 인간을 위해 생명의 구원을 선포하신 날이라는 것을 기독교인들부터 바르게 인식하고 절제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주님이 2천 년 전 우리에게 오셨던 그날처럼 여전히 죄악과 대립, 갈등에 둘러쌓여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오늘 우리 사회에는 화해와 위로, 치유의 따뜻한 손길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버림받고 소외된 작은 자들, 병들고 가난하고 억눌린 자들을 가슴으로 품고 가진 것을 나누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것이 진정한 성탄절의 의미임을 깨닫는 복된 성탄절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2014. 12. 25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NCCK 한교연 교계 성탄 메시지 발표
입력 2014-12-16 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