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 네살 꼬마…40년 생이별 끝 상봉한 모녀

입력 2014-12-16 15:16
네 살 어린 딸은 어느새 어머니가 됐다. 40년만에 만난 딸이었지만 어머니는 딸을 단번에 알아봤다. 그들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40년 세월동안 그리움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지만 정작 딸을 앞에 두고, 어머니를 앞에 두고는 꼼짝 하지 못했다. 모든 게 정지된 것 같은 순간이 지난 뒤 어머니는 딸을 부둥켜안고 통곡했다. 딸의 눈에도 눈물이 가득 고였다.

16일 서울 중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40년간 서로 애타게 찾던 모녀가 상봉했다. 이정미(44·여)씨는 네 살이던 1974년 언니 정옥(당시 여덟 살)씨와 함께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경기도에 있는 큰아버지 댁에 맡겨졌다. 어머니는 “생활이 여의치 않으니 잠깐만 맡아 달라. 사정이 나아지면 데리러오겠다”며 눈에 밟히는 두 딸을 두고 떠났다.

그러나 경제적 상황이 나빠지면서 두 조카를 키울 수 없는 형편이 된 큰아버지는 결국 정미씨를 서울의 한 가정에 수양딸로 보내기로 했다. 어린 마음에 동생이 조금이라도 나은 생활을 하길 바랐던 정옥씨는 기쁜 마음으로 떠나보냈다. 이것이 40년의 생이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동생이 떠나고 얼마 뒤 다른 친척집에 보내진 언니 정옥씨는 열여섯 살이 되던 해 어머니와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양딸로 들어간 집에서 버림받아 또다시 다른 집으로 보내진 정미씨의 행방은 알 도리가 없었다. 그 무렵 정미씨는 전라도 구례에 있는 한 노부부의 집으로 보내져 양녀가 됐다. 양부모는 정미씨를 ‘윤정미’라는 이름으로 호적에 올리고 학교에도 보냈다. 정미씨는 처음에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가족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정미씨의 친척이 “너와 정말 닮은 사람이 애타게 동생을 찾고 있다”며 언니일지 모르니 유전자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재검까지 했지만 결과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정미씨는 가족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진짜 언니와 어머니가 자신을 애타게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너무 어릴 때 가족과 헤어져 남은 기억이 거의 없는 정미씨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유전자 등록을 했다. 어머니와 정옥씨 역시 오래전부터 정미씨를 찾으려고 지역신문에 광고를 내고 실종가족 찾기 방송에 출연하는 등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결국 어머니는 최후의 수단으로 지난 10월 어린이재단과 경찰의 안내로 유전자 등록을 했다. 그리고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정미씨와 어머니의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것이었다. 모녀는 마침내 40년 만에 서로를 품에 안았다. 정미씨는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우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어머니는 정미씨의 얼굴을 매만지며 “아이고 내 새끼. 엄마가 미안하다. 이게 꿈이냐 생시냐”라고 부르짖다 잠시 실신하기도 했다.

정미씨는 “어머니가 어떤 모습일까, 나랑 닮았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밤을 지샜다”며 “버림받았다고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양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