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인질극] 이슬람 과격주의자, 도심 카페서 35명 인질로 경찰과 새벽까지 대치

입력 2014-12-15 23:56 수정 2014-12-15 23:57

호주 최대 도시인 시드니 도심의 한 카페에서 15일(현지시간) 50대 이슬람 과격주의자에 의해 대규모 인질극이 발생했다. 그는 ‘이슬람국가(IS)’도 지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는 그동안 IS 격퇴를 위한 국제연합전선에 적극 동참해 왔다. 이번 사건을 시발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서방사회를 겨냥한 테러가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호주 국영 ABC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드니 시내 금융·상업 중심가인 마틴플레이스의 린트 초콜릿 카페에 오전 9시45분쯤 이슬람 성직자를 자칭해온 만 해론 모니스(50)가 무장한 채 침입, 손님과 종업원들을 인질로 붙잡고 16일 새벽까지 경찰과 대치했다. 현지 언론은 인질이 15~35명 정도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특히 인질 중에는 이 카페 종업원으로 일하는 한국 교민 여대생 배모(21)씨가 포함됐다. 다행히 배씨는 붙잡힌 지 7시간 만에 극적으로 탈출했다. 배씨를 포함 인질 5명이 억류 첫날 탈출에 성공했다.

모니스는 이란 난민 출신으로 1996년 호주에 왔으며 그동안 미국과 호주 등의 아프가니스탄전 참전을 반대하는 운동을 펼쳐왔다. 총기를 소지한 그는 카페를 장악한 직후 인질 2명을 시켜 검은 바탕에 흰색의 아랍어로 쓰인 깃발을 카페 큰 유리창에 내보이도록 했다. 범인은 경찰과 협상에 나선 뒤 자신에게 IS 깃발을 건네줄 것과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의 전화 통화를 요구했다. 또 린트 카페와 인근 금융 중심가에 모두 4개의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협박했다.

호주 당국은 현장에 대테러 특공대를 출동시켰으나 인질이 다칠 것을 우려해 선뜻 구조작전에 나서지 못했다. 현지 매체인 채널7은 “당국이 가급적 협상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기로 했으며 협상에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전 시드니의 명소인 오페라하우스에서도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가 발견돼 관광객들이 긴급 대피했다.

애벗 호주 총리는 국가안보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정치적 동기로 발생한 사건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호주는 지난 9월 테러경보 위험 수준을 ‘보통(medium)’에서 ‘높음(high)’으로 격상한 바 있다.

손병호 신상목 임세정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