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인질극 발생 직전 카페에서 커피를 사가지고 나오던 한 목격자는 큰 운동가방을 들고 카페로 향하던 인질범과 부딪쳤다. 목격자는 “그에게 ‘앞을 잘 보고 다녀’라고 말하자 뒤를 돌아보더니 ‘너도 총으로 쏴줄까’라며 협박했다”면서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은 범인의 눈빛을 보고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현지 언론에 포착된 범인은 검은 모자를 쓰고 백팩을 맨 채 창문 근처를 서성이는 모습이었다. 그는 펌프 연사식 총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인질범은 카페에서 음식을 배달시키기도 했다.
이날 근무 교대를 위해 늦게 출근한 카페 직원 캐트린 치(25)는 창밖에서 동료들의 얼굴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녀는 “인질범이 시키는대로 창문에 깃발을 걸고 서 있는 사람이 바로 내가 됐을 수도 있다”면서 “공포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마중 나온 인질에게 음식을 건네 준 한 배달업체 종업원은 “여성이 음식을 들고 문을 두드리자 총을 가진 인질범이 문을 열고 나와 그녀를 들여보냈다”면서 “그녀는 계단 아래로 내려가면서 ‘총, 총, 총’이라고 외쳤다”고 진술했다. 또 “범인은 키가 큰 40대 후반의 남성으로 보였으며 흰 셔츠에 검은 조끼를 입고 있었다”면서 “인질로부터 음식을 전달받고 내용물을 차분히 살폈다”고 말했다. 그는 인질들이 테이블에 앉아 무언가를 마시고 있는 것도 봤다고 전했다.
현지언론은 목격자들의 인상착의와 억류장소를 탈출한 인질들의 목격담을 토대로 범인의 신원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인질범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경찰로부터 인질들이 전원 무사히 탈출할 때까지 보도 자제를 요청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질극의 배후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호주가 그간 반(反)테러리즘을 외치며 국내·외 지하디스트 소탕에 적극적으로 나서온 탓에 ‘이슬람국가(IS)’ 또는 IS를 지지하는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소행이라는 추정이 힘을 얻고 있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테러가 정치적 사건일 수 있는 몇 가지 분명한 징후가 있다”고 언급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시드니 인질극] 범인, 마주친 손님에 ‘너도 총으로 쏴줄까’ 협박
입력 2014-12-15 2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