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예산안 놓고 원희룡 지사와 도의회 극한 대립

입력 2014-12-15 21:10

제주도와 제주의회가 새해 예산안을 둘러싸고 극한 대립을 하고 있다.

제주도의회는 15일 본회의에서 내년도 제주도 예산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의원 37명 가운데 반대 36명, 기권 1명으로 부결시켰다. 제주도 기금운영계획안 역시 부결됐다. 예산안 부결은 도의회가 제안한 ‘예산 협치’를 도가 거절하면서 쌓인 앙금 때문이다.

제주도의회 구성지 의장은 지난 10월 14일 “지역주민의 요구 사항이 예산에 미리 반영될 수 있도록 예산의 협치 시대를 열자”고 도에 제안했다. 그는 “주민의견을 토대로 예산편성을 요구해도 지역구 챙기기, 선심성 예산 등으로 매도되면서 반영되지 않아 심의과정에서 예산안이 대폭 손질되는 일이 반복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박영부 도 기획조정실장은 “법률적으로 분리된 예산 편성권과 심의권을 한꺼번에 행사하는 것은 모순된 일”이라며 “도의회의 요구는 2012년 폐지된 재량사업비 제도 부활을 통해 예산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구의장은 “도지사도 아닌 기획조정실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의회의 제안을 거절한 것은 의회를 경시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후 도의회 예결위는 도가 제출한 3조8194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408억원 삭감·조정했다.

결국 원 지사와 구의장은 예산안 최종 표결이 이뤄진 15일 본회의장에서 정면 충돌했다.

원 지사는 표결에 앞서 ‘지방의회는 지자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을 증액하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지방자치법 조항을 들어 증액 이유 등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구 의장은 “동의 여부에 대해서만 말해달라. 퇴장을 명할 수도 있다”고 수차례 경고하다 원 지사가 무시하고 발언을 이어가자 정회를 선포했다. 이후 속개돼 이뤄진 표결에선 압도적인 반대로 예산안이 부결됐다. 이에 따라 연내 예산안 처리는 물론 16일부터 열리는 김병립 제주시장·오창수 감사위원장 예정자 인사청문회 등도 난항이 예상된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