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새해 예산안 부결…도-의회 예산 마찰 격화

입력 2014-12-15 19:40
제주도의 새해 예산안이 도의회에서 부결됐다.

제주도의회는 15일 제324회 제2차 정례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제주도 예산안을 표결한 결과 재석의원 37명 가운데 반대 36명, 기권 1명으로 부결시켰다. 제주도 기금운영계획안 역시 부결됐다.

앞서 도의회 예결위는 제주도가 제출한 3조8194억원 중 408억원을 삭감·조정했다.

제주도와 의회는 예산안 심사 내내 의회가 새로운 비목을 신설하는 것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제주도는 지난 14일 의회에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증액 사유와 신규 비용항목 설치 사유를 통보해 달라고 제주도의회에 공식 요구했다. 박영부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지방자치법 상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며 “제주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항목별 세부사업설명서가 첨부돼 있는 만큼 도의회가 증액하고 신규 비목을 설치할 경우에도 세부사업설명서를 만들어 도민에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증액사유를 도의회가 통보해 오면 검토를 거쳐 동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 도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의회는 제주도에 구체적인 증액사유를 전달하지 않았고 ‘논쟁’은 이날 본회의에서 이어졌다.

구성지 제주도의장이 수정예산안에 대한 동의여부를 묻자 원 지사는 사업명과 예산액밖에 없어 동의여부를 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실랑이 끝에 정회가 선포되고 속개된 뒤에도 원 지사는 의회가 신규, 증액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면 항목별 동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구 의장은 원 지사가 동의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표결을 진행했고, 결국 부결로 이어졌다.

구 의장은 “의원들이 증액한 예산 가운데 소위 선심성 예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도지사도 도민의 건의에 따라 여기저기 선심성 예산을 많이 편성했다”며 “의원들이 손톱 밑 가시 같은 민원을 받아들여 어쩔 수 없이 증액한 부분을 선심성으로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박 실장은 도의회 본회의가 끝난 뒤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예산안이 부결된 데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도의회 예결특위가 감액은 대규모로 하고, 증액은 1325건에 걸쳐 소액으로 쪼개는 바람에 재정운영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의문시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검토 후 새 예산안을 다시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예산안이 부결된 것은 2010년도, 2011년도 예산안에 이어 세 번째다.

반면 제주도교육청의 예산안은 재석의원 37명 중 찬성 35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석문 제주교육감은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제기된 주요 공약사항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가슴 깊이 받아들여 정책 및 예산집행 과정에 반영하겠다”며 도의회가 손질한 예산안에 대해 동의했다. 이에 따라 제주지역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도교육청이 기존에 편성한 3개월분(108억원)을 포함해 총 5개월분이 확보됐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