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시드니 인질극… IS 추종세력, 손님·종업원 잡고 경찰과 대치

입력 2014-12-15 17:14

호주 시드니 도심의 한 카페에서 15일(현지시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추종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인질극이 발생했다. IS 및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서방사회를 겨냥한 테러가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호주 국영 ABC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드니 시내 금융·상업 중심가인 마틴플레이스의 린트 초콜릿 카페에 오전 9시45분쯤 IS 지지자로 추정되는 무장괴한이 침입, 손님 30명과 종업원 10명 등 40명 안팎을 인질로 붙잡고 경찰과 대치했다. 특히 인질 중에는 이 카페 종업원으로 일하는 한국 교민 여대생 배모(21)씨가 포함됐다. 다행히 배씨는 붙잡힌 지 6시간만에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총기를 소지한 이 괴한은 인질극에 돌입한 직후 인질 2명을 위협해 검은 바탕에 흰색의 아랍어로 쓰인 깃발을 카페의 큰 유리창에 매달아 놓게 했다. 범인은 오후 들어 경찰과 협상에 나선 뒤 IS의 깃발을 게양할 것과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의 전화통화를 요구했다. 또 린트 카페와 인근 금융 중심가에 모두 4개의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협박했다. 마틴플레이스 인근에는 시드니 주재 미국총영사관과 맥쿼리그룹 본사, 호주연방준비은행 등 주요 외국 공관과 기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호주 당국은 사건 발생 직후 대테러 특공대를 출동시켰으나 억류된 사람들이 많아 구조작전에 어려움을 겪었다. 호주 당국은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밤 늦게까지 협상을 이어갔다.

이날 오전 시드니의 관광명소인 오페라하우스에서도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가 발견돼 사무국 직원과 관광객들이 긴급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토니 에벗 호주 총리는 사건 발생 직후 국가안보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정치적 동기로 발생한 사건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호주는 지난 9월 테러경보 위험수준을 ‘보통(medium)’에서 ‘높음'(high)’으로 격상한 바 있다.

손병호 임세정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