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 추종자에 의해 15일(현지시간) 시드니에서 발생한 인질극으로 호주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가 발칵 뒤집힌 모습이다. 특히 이번 인질극은 서방사회에 불만을 가진 이슬람 추종세력이 ‘정치적 신념’에 따라 저지른 범행이어서 향후 어디에서든 비슷한 형태의 테러 또는 인질극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인질범 처음부터 ‘이슬람 극단주의’ 표방=인질범은 오전 9시45분쯤 시드니 금융 중심가인 마틴 플레이스 인근 린트 초콜릿 카페에 총을 갖고 뛰어들었다. 이후 입구를 봉쇄한 뒤 아침 커피를 즐기던 40명 안팎의 사람들을 억류했다. 경찰은 범인이 계획적으로 인파가 많은 곳을 범행 장소로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목격자는 “인질극 직전에 총소리 같은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지만 CNN 등 외신은 실제 총격이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범인은 인질극이 시작되자마자 종업원 등을 시켜 카페 유리창에 이슬람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들이 사용하는 검은 바탕에 흰 아랍어 글자가 적힌 깃발을 내걸도록 했다. 깃발에는 ‘무하마드’란 단어가 포함돼 있으며 이슬람 신앙고백을 담은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클랜드대학 이슬람연구소의 자인 알리 소장은 “알라신 말고 경배할 다른 신은 없다. 무하마드는 신의 메신저란 내용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내용은 이슬람의 5개 핵심 조항 가운데 제1조항이다.
범인은 특히 경찰에 IS 깃발을 요구하는 등 자신이 IS 추종세력임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전 세계에 무슬림에게 성전을 촉구하려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시간 대치, 인질 일부 탈출에 성공하기도=인질극은 오후 늦게까지 계속됐다. 범행 장소 주변에 중무장한 대테러 특공대를 비롯해 수백 명의 경찰이 배치됐지만 잡혀 있는 인질 수가 많아 조기 진압에 나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범인이 카페와 시내 곳곳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주장해 섣불리 진입을 하지 못했다. 경찰은 아울러 사건 발생 수 시간이 지나도록 인질 숫자나 내부 정황 등 정확한 인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작전에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은 오후 들어 범인과 협상에 나서는 등 평화적 해결에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인질극이 발생한 지 4시간30분이 지난뒤 3명의 인질이 카페를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인질 2명이 추가로 탈출했다. 이 과정에서 범인으로부터 사격 등 제지 움직임은 없었다. 오후 7시까지 탈출한 5명 중 2명은 카페 여 종업원이었다.
◇출근길 아수라장=마틴 플레이스는 호주 중앙은행, 웨스트팩은행 등 은행들이 밀집해 있고, 뉴사우스웨일스 주지사 사무실이 있는 도심 한복판이다. 인질극이 벌어진 뒤 경찰은 주변 건물에 있는 입주자들을 황급히 대피시켰다. 또 마틴플레이스 역도 즉각 폐쇄했다. 인질극 현장 인근에 있던 미국 영사관도 출입문을 닫은 채 영사 업무를 중단했으며 시드니 내 미국 시민에게 안전을 당부했다.
폭발물 등의 위협에 대비해 시내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을 조기 퇴근시켰으며, 일부 공공기관과 민간 건물들도 봉쇄됐다.
토니 애버 총리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으로 호주 사회가 달라질 건 없다”면서 국민들에게 평정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손병호 정건희 조성은 기자 bhson@kmib.co.kr
[IS, 시드니 인질극] 범인들 유리창에 ‘지하디스트 깃발’ … 테러 확산 우려 국제사회 발칵
입력 2014-12-15 1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