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첫날인 15일 여야는 긴급현안질의를 통해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사건을 놓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박범계 의원이 박지만 EG 회장 동향을 담은 것으로 알려진 ‘박지만 문건’을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던 행정관들이 유출했다며 새로운 내용을 폭로해 파장을 일으켰다. 여야 사이에는 고성과 삿대질이 난무하며 험악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박범계, ‘유출경위서’ 공개=박 의원은 “세계일보가 3차례 청와대 문서를 입수했는데 그 중 2건의 문건을 입수한 직후 유출 경위에 대한 동향 보고서가 만들어졌다”며 ‘BH(청와대) 문서 도난 후 세계일보 유출 관련 동향(유출경위서)’을 공개했다.
경위서에 따르면 세계일보는 지난 3월 말 청와대 행정관 비위동향 문건을 최초 입수했다. 당시 제보자는 ‘대서특필’을 부탁하면서 이 문건을 넘겨준 것으로 적혀있다. 이어 5월 8일에는 세계일보가 박 회장과 부인 서향희 변호사 등의 동향을 적은 128쪽 분량의 ‘박지만 문건’을 추가로 입수한 것으로 적혀있다.
박 의원은 “(유출경위서에는) ‘앞으로 유출될 문건에 박지만 문건보다 더 민감한 게 있더라’ ‘청와대가 개판이더라’는 등의 내용이 있었다”며 “세계일보로 3, 4차 추가 자료제공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되니 신속한 조사로 유출자를 처리하고 아직 제공되지 않은 문건을 회수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고 말했다.
문건 유출 경로에 대해서는 “이명박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함께 근무하던 두 명으로부터 시작됐다”며 “한 명은 지금도 민정수석실에, 다른 한 명은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실에 근무 중이라고 한다”고 폭로했다. 박 의원은 “정윤회 문건과 박지만 문건은 동일한 주체가 작성한 것”이라며“ 당시 박지만 문건의 보도가 예고돼 있고, 정윤회 문건도 (유출이) 예고돼 있는데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유출 경위서도 아마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박주선 의원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과 인사수석을 해봤는데, 찌라시 수준의 내용을 보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그럼에도 검찰은 내용이 아닌 유출에 대해서만 무리하게 수사하다 경찰관 목숨을 잃게 했다”고 꼬집었다.
◇방어 급급한 여당=새누리당은 이번 사건을 검찰수사에 맡겨야 한다며 진화에 부심했다. 이학재 의원은 “풍문의 진위를 밝히는 것은 검찰에 맡기고 불필요한 정쟁은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김진태 의원은 “근거 없이 대통령을 중상모략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정당(통합진보당)에까지 손을 뻗치는 게 제1야당의 현주소”라고 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비대위원의 방북을 놓고 “DJ(김대중 전 대통령) 5주기 때는 북한가서 (조화를) 받아왔는데, 국회의원이 김정일·김정은의 조화 배달 심부름꾼이냐”고 공격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현안질문이나 제대로 하라” “창피한 줄 알아라”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진땀’ 뺀 정부=정홍원 국무총리는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확인되지 않는 사실과 풍설을 갖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소모적이고 피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대통령 측근들의 사직을 건의해야 한다는 야당 주장에 대해 “부적절한 처신을 한 사람은 일벌백계한다고 (대통령이) 말했기 때문에 일단 수사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답했다.
황 장관은 청와대 문건 유출 당사자로 지목받던 최모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선 큰 유감을 갖고 있다. 우리가 잘 조사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황 장관은 문건유출 사건과 관련한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선 “문건 작성자나 보고자, 유출 혐의자, 문건 내용과 관련된 사람들 전원을 상대로 수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웅빈 임성수 기자 imung@kmib.co.kr
박범계 '박지만 문건' 유출 경위서 공개...여야 막말싸움
입력 2014-12-15 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