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파문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 검찰에 출두한 날이어서 박 대통령의 ‘침묵’은 눈길을 끌었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전날 검찰조사,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최모 경위 자살 등 관련 파문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묵언은 다소 의외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회의석상에서 이런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동안 강경하고 때론 격정적인 어조로 이번 파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수차례 분명하게 밝혔던 만큼 더 이상의 사족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회의 등을 통해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행위” “찌라시에나 나오는 얘기에 나라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등 각종 의혹을 일축해왔다. 또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선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겨냥해 국무위원 언행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침묵한 또 다른 이유는 박 회장이 비록 참고인 신분이지만 검찰에 출두한 상황을 감안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동생의 검찰 조사 당일 추가적인 언급을 할 경우 다시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박 회장 등 친인척 관리에 있어서만큼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신경을 써왔다. 권력의 속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자신의 주변인물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을 지론으로 삼아왔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일 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도 “역대 대통령 가족들이 다 희생당했다”며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해서도 지만 부부가 일절 청와대에 들어온 게 없다. 그렇게까지 완벽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연말 정국을 강타한 각종 의혹에 동생이 계속 거론된 만큼 박 대통령의 심경은 상당히 불편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선 다른 국정 현안들을 일일이 거론했다. 특히 이른바 ‘종북 콘서트’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분산개최 움직임 등 논란과 우려가 있는 이슈들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며 참모들의 노력을 독려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이 자리에서 ‘종북 콘서트’ 논란을 빚고 있는 재미동포 신은미씨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한 인사를 놓고 “북한 주민의 처참한 생활상과 인권침해에 대해선 눈을 감고 일부 편향된 경험을 북한 실상인양 왜곡 과장하고 있다”고 직접 공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국제사회의 북한 주민 인권 개선 움직임을 주도해야 할 우리나라에서 오히려 논란이 빚어지는 것 자체가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는 게 박 대통령의 시각이다. 또 IOC의 평창 올림픽 분산개최 움직임에 대해서도 “의미가 없다”고 분명하게 못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이밖에 국제유가 급락 관련대책, 연말연시 대금지급 지연 및 체불임금 대책, 서해안 폭설 및 동해안 가뭄 피해 대책, 미래형 재난관리 정보시스템 구축 등 현안들에 대한 주문과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박 대통령, 동생 검찰출두한 날 파문 관련 '침묵' 눈길
입력 2014-12-15 1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