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지도자 유골, 황토현 전적지 안장 무산…문화재청 “기념공원 희생자 묘역에 모셔야”

입력 2014-12-15 14:07
일본군에게 목이 잘린 뒤 120년 가까이 방치됐던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을 전북 정읍의 황토현 전적지에 안장하려던 계획이 결국 무산됐다. 문화재청이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의 희생자 묘역에 모셔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영면할 곳을 찾지 못하고 다시 수년간 박물관에 보관될 수밖에 없게 됐다.

정읍시는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을 황토현 전적지에 안장하기로 하고 문화재청에 현상 변경을 신청했으나 심의위원회에서 최종 부결됐다”고 15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지난 10월부터 3차례에 걸쳐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2017년까지 황토현에 조성될 예정인 기념공원의 희생자 묘역에 모시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유골은 묘역이 조성될 때까지 3년 정도 전주역사박물관 지하 수장고에 그대로 보관될 것으로 보인다.

이 유골은 1995년 일본 홋카이도대학의 한 창고에서 ‘1906년 진도에서 효수된 한국 동학당 수괴의 수급(머리)’이라는 글씨와 함께 발견됐다. 1년 뒤인 1996년 국내로 봉환됐으나 안치할 묘역을 찾지 못해 이후 20년 가까이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정읍시 관계자는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도록 유해를 안장하지 못하는 것은 후손들로서 매우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문화재청의 결정이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정읍=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