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부사장이 쓸지 모르니 화장실 다시 청소해라”…정신 못차린 대한항공 임직원들

입력 2014-12-15 09:23 수정 2014-12-15 09:56
포토라인에서 열띤 취재중인 기자들과 출두하는 조현안 대한항공 전 부사장. 국민일보DB

지난 12일 ‘땅콩 리턴’ 조현아(40)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국토교통부의 조사를 받았다. 이날 조 전 부사장의 출두를 한 시간 여 남겨둔 오후 2시 서울 공항동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건물에서는 어이없는 소동들이 벌어졌다.

중앙일보는 소동이 건물 2층 여자화장실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여기 청소하시는 분 계십니까. 여자 화장실 청소 한번 다시 해주시죠.” 조 전 부사장의 동선 파악을 위해 이곳저곳을 살피던 대한항공 관계자가 건물 경비원에게 주문했다. 조 전 부사장이 쓸지 모르니 다시 한번 청소를 해달라는 거였다.

취재 중인 여기자와 여직원 서너 명이 공용화장실을 이용하고 있었다. 5평 남짓 정도의 화장실은 작지만 깨끗하게 청소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청소 아주머니는 이유도 모른 채 불려나와 다시 청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현장에는 40여명의 대한항공 관계자는 홍보실 직원부터 최고위 임원까지 총출동해 대기하고 있었다.

조 전 부사장의 출두 예정시간이 다가오자 이들은 조사가 진행될 2층으로 향하는 1층 입구에 막아섰다. 포토라인을 1층으로 한정했다며 막무가내였다.

다수의 언론사가 촬영 편의를 위해 만든 포토라인을 대한항공이 임의로 한정한다는 것은 월권 행사였다.

소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조 전 부사장의 조사 전후 인터뷰를 위해 사전 ‘리허설’을 수차례 진행했다는 것이다.

“걸어와서 여기 서시고 질문 3개를 받고 인사를 하고 올라갈 겁니다.” 현장에 나와 있는 직원은 기자들의 질문을 미리 확인해 빠르게 사측에 전달했다.

조 전 부사장이 조사를 받는 동안 피해자인 대한항공 박창진(41) 사무장은 대한항공 관계자들이 매일 집에 찾아와 “욕을 한 적이 없으며 스스로 내렸다”는 진술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아직까지도 오만한 오너들의 천민자본주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씁쓸한 현장이었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