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복세에 접어든 미국 경기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미국인에게 경제적으로 ‘좋았던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며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왜 미국의 중산층은 사라지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재 실질 가계소득이 1999년 이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 미국 전체 카운티(군)의 81%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25년간 미국의 경제는 83% 가까이 성장했고 미국 노동자들은 25년 전에 비해 시간당 2배의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률 대비 빈약한 수준의 임금 인상이 중산층 붕괴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 미국 센서스 통계에 기반한 WP의 ‘가계수익 전성기’ 분석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가계수입이 최고조를 찍었던 시기는 버블경제 몰락 이전인 20세기 말 1999년으로 전미 3139개 카운티 중 1623개(51.7%)가 수입이 가장 높은 호황을 기록했다. 반면 비교적 최근인 5년 전과 1년 전은 각각 213개(6.79%)와 380개(12.11%)에 불과했다. 경제 위기 극복으로 경제 전반은 성장했지만 노동자들은 임금의 상승을 통해 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재 미국은 2009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주택담보대출 업체들의 연쇄 파산으로 시작돼 미국뿐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 전반에 큰 위기를 초래한 사건)로 촉발됐던 ‘대침체’ 시기를 벗어나는 모양새다. 저유가 등 글로벌 호재에 힘입어 주가가 반등하고 실업률이 개선됐으며 지난달 32만1000개의 일자리가 증가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인플레이션을 적용해보면 실질적으로 미국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전혀 증가하지 않았으며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는 없었다”는 것이 WP의 지적이다. 낙수효과는 부유층의 투자소비 증대가 저소득층의 국부(國富)의 증대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최근 미국인의 소득이 5년간 제자리걸음을 거듭하고 있지만 식료품, 교육, 통신 등 필수 지출비용은 급등해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소비자의 내수 지출이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하지만 2007년부터 6년간 물가상승률이 12%에 달한 반면 미국 중산층의 소득 성장은 0.5% 이하, 지출은 2.3% 증가에 그쳤다. 심화되는 부의 양극화와 중산층 몰락이 경제 위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사라져가는 미국 중산층…“중산층 가정 81%, 15년 전보다 수입 낮아”
입력 2014-12-14 2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