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에 대해 ‘견제’와 ‘끌어안기’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시 주석은 국가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지난 13일 장쑤성 난징시 난징대학살기념관에서 열린 추도식에 참석했다. 중국 정부는 올 해 처음 12월 13일을 난징대학살 희생자 국가추모일로 제정, 지난해까지 지방 정부가 주최했던 추도식이 중앙 정부 주최로 격상됐다. 시 주석의 발언 수위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시 주석은 과거사를 부정하는 일본 정부와 극우 세력을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 부었지만 일본 국민을 향해서는 ‘평화’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난징대학살의 증거는 산과 같이 움직일 수 없다”면서 “대학살의 사실을 부정하려는 움직임을 13억 중국 인민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역사의 범죄를 부인하는 것은 범죄를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아베 신조 일본 정권을 겨냥했다.
하지만 “전쟁 범죄는 소수 군국주의자들에게 있는 것이지 그 나라 인민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고 역설했다. 특히 추모식을 개최한 이유에 대해 “계속 원한을 키워나가자는 뜻이 아니다”며 “중·일 국민들은 세대를 넘어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날 2100여 글자 분량의 연설을 하면서 ‘허핑(和平·평화)’이라는 단어를 23차례 사용했다.
중·일 양국 정상은 지난 달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2년 반만에 처음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를 전후해 양국은 고위 당국자 회담을 잇달아 열면서 심각한 갈등 관계가 다소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 대한 영유권 갈등이 여전한데다 특히 2015년은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이 되는 해인만큼 중국의 대일 역사공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14일 “양국 간에는 화해하기 힘든 근본적인 갈등이 있는 만큼 당분간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시진핑, 日 견제와 평화 사이 절묘한 줄타기
입력 2014-12-14 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