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DC의 백악관 인근은 인종차별 철폐를 주장하는 수만명의 시위대가 쏟아져 나와 거리를 장악했다. 뉴욕에서 백인 경관의 목조르기로 흑인 에릭 가너가 사망한지 보름이 넘었지만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주말을 맞아 뉴욕과 보스턴 등 미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이날 워싱턴DC와 뉴욕 맨해튼에는 각각 2만5000여명의 시위대가 운집해 사건 발생 이래 최대 규모였다.
워싱턴DC에는 플로리다, 코네티컷, 미주리 등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 항의 행렬이 ‘모든 이를 위한 정의’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백악관과 국회 의사당 사이의 프리덤플라자와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가득 매운 시위대는 “손들었다, 쏘지마”, “숨 쉴 수 없다” 구호를 연호하며 경찰 개혁과 시민보호를 촉구했다.
시위에는 뉴욕 백인 경관의 목조르기로 숨진 흑인 에릭 가너의 유족들과 퍼거슨 사태의 희생자인 마이클 브라운의 유가족 등이 참여했다. 아카이 걸리, 트레이번 마틴 등 최근 유사한 사건으로 사망한 흑인 가족들도 모습을 드러내 인종차별 철폐 운동 확산에 힘을 보탰다. 가너의 어머니인 지웬 카는 연단에 올라 “그들(희생자들)의 육체는 비록 여기 없지만, 여러분과 함께 하고 있다. 지금 이 자리는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가너의 아내인 이소는 “이 운동을 더 강력하게 오래, 의미 있게 끌고 가자”고 요청했고 브라운의 어머니 레슬리 맥스패든도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고 외쳤다.
프리덤플라자 집회가 끝난 정오부터 시위대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따라 행진한 뒤 의회 의사당 앞에 모여 다시 한번 집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정의와 경찰의 변화’를 위해 시위에 참석했다며 정부와 의회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시위를 주도한 전국행동네트워크(NAN)의 알 샤프턴 목사는 “우리는 단순한 말 이상의 어떤 것이 필요하다”면서 “인종차별을 철폐할 구체적인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욕에서도 수천명의 시위대가 워싱턴스퀘어에 모여 뉴욕경찰청 본부까지 평화롭게 행진하면서 비무장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잉 대응을 규탄했다. 뉴욕 시위를 조직한 우마라 엘리엇은 성명에서 “경찰 권력에 의한 인종차별적 살인 행위가 멈춰질 수 있도록 모든 정부 부처 차원의 조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서부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 등지에서도 크고 작은 시위가 잇따랐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백악관 인근 거리 장악한 시위대 2만5000여명… “인종차별 철폐”
입력 2014-12-14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