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수사기관에 의해 일가족 8명이 간첩의 누명을 썼던 이른바 ‘삼척 고정간첩단 사건’에 대해 35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강성수)는 12일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등 혐의로 기소됐다가 사형과 무기징역 등의 형이 확정·집행된 고(故) 진모(당시 50세)씨와 고 김모(당시 57세), 진씨의 아들(58)과 김씨의 아들(68) 등 일가족 8명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불법 체포된 후 불법 구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고문과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공소사실을 인정할 자백 등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6·25 전쟁 때 월북했던 남파 간첩인 자신들의 친족과 접촉해 지하당을 조직, 북한을 찬양·고무하고 동해안 경비상황과 군사기밀을 탐지했다는 등의 이유로 1979년 8월 기소됐다. 이 사건에 연루된 삼척지역 주민 24명 중 12명은 일가족이었다.
이 사건 재판은 신속하게 진행돼 1심은 1979년 12월, 항소심은 1980년 5월, 상고심은 1980년 9월에 끝났다. 진씨와 김씨 등 2명은 사형을 선고받고 1983년 7월 형이 집행됐다. 김씨의 아들 등 2명은 무기징역을 비롯해 징역 5년∼10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법정은 유가족들의 흐느낌으로 울음바다가 됐다. 강 부장판사는 판결문 낭독과 별도로 “피고인들에게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준 점에 대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례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사과했다.
강 부장판사는 “인권보장의 최후 보루가 되어야 할 사법부의 잘못으로 형언하기 어려운 일을 당한 점에 대해 사법부의 구성원인 우리 재판부가 사과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들과 함께 기소돼 징역 5년의 확정 판결을 받은 김모(68·여)씨 등 3명은 지난 4월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군인 신분으로 군사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된 또 다른 김모(58)씨는 현재 재심이 진행 중이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
‘삼척 고정간첩단 사건’ 35년 만에 무죄…재판부 고개 숙여 사과
입력 2014-12-12 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