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팔달산 ‘장기없는’ 토막시신 사건의 용의자로 긴급체포된 박모(56·중국 국적)씨는 어떤 심리상태에서 그토록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을까. 전문가들은 A씨가 살인 후 다른 여자와 모텔에 들어가는 등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않는 점으로 미뤄 반사회적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동물을 분해나 도살 경험이 있는 전문가라면 사이코패스가 아니어도 이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오윤성(58) 교수는 “토막 살해 이유는 증거 인멸의 이유가 크기도 하지만 증오감이나 사체에 대한 호기심, 종교적인 성향, 장기밀매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며 “피해 여성과 동거를 한 점으로 볼때 살해 이유는 감정 문제일 수 있고, 토막 유기는 증거 인멸을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다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사체를 토막내는 일은 심리적·육체적으로 쉽지 않다”며 “박씨가 동물을 분해하거나 고기를 다루는 일을 한 적이 있었을 것 같다”고 조심스레 진단했다. 그는 이어 “오원춘도 개를 잡아본 경험이 있고, 지난해 인천모자살인사건의 범인도 고깃집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무조건 사이코패스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
대구시경찰청 과학수사계 박희정(32·여) 경사는 “살인 후 다른 여자와 모텔에 들어가는 행위를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쉽지 않다”며 “범인이 죄책감을 덜 느끼는 반사회적인 성향일 가능성이 있지만 사이코패스 여부는 정밀한 검사를 해봐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토막 살인을 선택하는 이유는 망상 등 정신적인 문제로 인한 것과 이동성이 용이해 선택하는 것”이라며 “또 범죄 수법이 잔인한 것은 범행당시 정신상태 등 상황이나 필요에 의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 경찰학과 이웅혁(49) 교수는 “용의자는 다른 사람 몸에 흉기를 대는데 익숙해져서 본인이 느끼기에 잔인하거나 끔찍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살이나 장기의 특정부위를 다루는 것은 칼에 대한 숙련도가 높고, 정서적으로는 둔감화가 이미 이뤄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장기까지 손을 대고 훼손한 것은 여성의 내부까지 지배하려는 완전한 통제와 지배 심리가 있는 것 같다”며 “여성에 대한 편협성과 왜곡된 성적 판타지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상대방이나 가족이 느끼는 아픔이나 슬픔을 못느끼는 공감력 부재가 사이코패스의 한 특징”이라며 “하지만 엽기적인 범죄가 일어나면 무조건 사이코패스로 치부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고, 이 경우 다른 문제점들을 파악할 수 있는 여지도 봉쇄된다”고 여지를 뒀다.
홍성헌 최일영 기자 adhong@kmib.co.kr
‘토막 살인’ 저지르고 태연히 다른 여자로 모텔로…용의자, 사이코 패스? 동물 도살 전문가?
입력 2014-12-12 15:24 수정 2014-12-12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