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리턴’으로 온 국민이 가슴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재벌가 부사장의 횡포에 승무원은 혼쭐이 났고 사무장은 비행기에서 내려야 했습니다. 250여명의 승객들은 영문도 모른 채 시간을 허비해야 했고요. 분노한 네티즌들이 ‘가진 자들’의 비정상과 비상식을 겨냥한 패러디와 만화 등을 쏟아내며 울분을 달래고 있습니다. 12일 페북지기 초이스는 팟빵 직썰의 촌철살인 웹툰입니다.
팟방직썰은 최근 ‘OO항공 지옥의 실무 면접’이라는 웹툰을 올려 네티즌들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웹툰은 최근 이 항공사에서 논란이 된 몇 가지 사건을 풍자했습니다.
‘1차 테스트’는 라면 끓이기네요.
지난해 ‘라면이 짜다’ 등의 황당한 트집을 잡으며 대한항공 여승무원을 기내서 폭행한 포스코에너지 A상무 사건을 거론한 것입니다.
‘설익은 라면이나 간이 맞지 않는 라면을 대령할 경우 흥분한 승객의 난동으로 비행기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최고의 라면을 선사하여 승객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승무원이 사명!’
승무원이라면 이 정도 라면은 끓여줘야 한다는 것이죠.
‘2차 테스트’는 대망의 땅콩 포장 뜯기입니다.
두 말 안 해도 아는 ‘땅콩 리턴’ 사건을 거론한 것입니다.
‘땅콩 포장을 승객이 직접 뜯는 건 체면을 구기는 일. 승객에게 갓 뜯긴 신선한 땅콩을 선사하는 것이 승무원의 사명!’
면접 시험을 보는 승무원들은 열심히 땅콩봉지를 뜯지만 면접관들은 좀처럼 만족하지 못합니다.
‘이런 속도론 그녀를 만족시킬 수 없어.’
‘3차 테스트’는 서비스매뉴얼 암호 해제네요.
사무장이 풀지 못했다던 바로 그 미션입니다.
‘승객들이 서비스 매뉴얼을 궁금해 할 때 신속하게 태블릿 암호를 해제해 보여주지 못할 경우 비행기가 공항으로 유턴하게 될 수도 있다!’
항공사가 이런 시험을 통해 요구하는 인재상은 과연 무엇일까요?
‘최고의 라면을 위헌 절대미각의 혀’와 ‘어떤 암호도 순식간에 풀어내는 해커의 두뇌’ ‘땅콩 포장 뜯기에 최적화된 기계의 손’을 지닌 인재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숱하게 갑을 논란에 분노했습니다. 지난해 남양유업 사태부터 불거진 수많은 갑의 횡포에 을은 항상 분노하고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2014년이 저물어가는 지금을 돌아보면 갑을 논란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재벌가 장녀의 슈퍼 갑질에 놀라고 있는 사이 폭언으로 경비원 분신이 일어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에서 31세 입주민이 아버지뻘의 경비원을 꼬라 본다는 트집을 잡으며 폭행했다고 합니다. 대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참 답답하기만 하네요.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지옥의 승무원 실무면접, 그 항공사가 요구하는 인재상… 페북지기 초이스 짤방
입력 2014-12-12 1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