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풍경을 테이프 작업 등을 이용해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화면에 옮겨내던 류하완 작가의 작업이 달라졌다. 풍경의 주제로 한 이전 작업에서는 평면적인 큐브를 이용했다면 2014년 신작에서는 3D큐브가 등장한다.
그의 신작이 12월 12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 전관에서 열리는 ‘라틴아메리카 아트페어 서울 2014’에 선보인다. 2012년 아시아 최초로 창립된 라틴아메리카 아트페어 서울은 올해 3회째다.
라틴아메리카 아트페어 서울은 국제아트페어를 지향하지만 유럽과 미국에 편중되었던 한국의 미술문화계에 라틴아메리카 미술문화를 소개함으로써 다양한 미술문화 컨텐츠가 정립되는 계기를 마련하
기 위해 출발했다.
스페인, 멕시코, 쿠바,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페루,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칠레 등 15개국에서 150여명이 참여한 IAAF Seoul 2012는 한-중남미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장이기도 했다. 창립전은 라틴아메리카 외교사절단과 국내외 미술인과 미술 애호가들의 주목 하에 성황리에 개최 되었다.
류하와 작가의 신작은 라틴아메리카의 열정적이고 자유로운 예술과 궤를 같이한다. 작가는 “어떤 대상을 직접적으로 나타내기 보다는 무심코 손을 끄적거리다 큐브를 연속적으로 붙여넣기 한 것처럼 조합을 이루고 건물이 되었다가 동산이 되었다가 하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큐브는 작가에게 내면에 잠재된 이미지요 대상이다. 1970~80년대 한국 사회는 새마을운동이 붐을 이루었다. 빨간 벽돌로 주택을 개선하는 것을 보고 자란 작가는 그것을 작업으로 고스란히 옮겨왔다. 아련한 향수 같은 기억을 되살린 것이다. 그렇다고 입체적 큐브만을 고집 하지는 않는다.
기존의 마스킹 테이프 작업 시리즈에서 풍경 이미지가 등장하고 있다. 11개의 태양, 크로스, 요람 등 꾸준히 마스킹 테이프로 작업하던 작가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The Bubbles’에서 보여주었던 창문을 다시 끌어와서 이상적인 상상이 담겨져 있는 또 다른 세계의 유희를 드러낸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풍경들은 자신의 내면과의 치열한 싸움이었다면 이번 작업은 그런 고민 끝에 찾아낸 또 다른 세계를 추구한 것이다. 작가는 이제 자신만의 정거장에 도달하고자 한다. 세상은 너무 험난하고 위험하다. 그래서 보호받고 싶고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위험하지 않는 세계에 있는 데려다 놓고 싶은 것이다.
그는 생명을 주는 나무를 그린다. 하지만 꼭 나무 이미지는 아니다. 천이나 커튼 등을 작가는 나무로 지칭한다. 여기저기 큐브를 덮어놓은 천들은 아이와 나를 보호하고 또 사라지는 풍경들을 위한 보호막이다. 생명을 선물하고 싶은 것이다.
창문 밖, 천에 그려진 태양들은 아이들에게 희망 있는 밝은 세상을 열어 줄 것을 기대한다. 깊은 숲 속, 요람은 주인이 없다. 언제 누가 누워도 편안한 공간이다. 긴 휴식을 하고 나온 작가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고나 할까. 숲 향기만 맡아도 잎사귀 하나만 먹어도 살아나는 생명과 희망이 느끼고 싶다는 게 작가의 마음이다.
끝없는 천들이 하늘과 땅과 창문으로 뻗어 있다. 천끼리 교차되고 흩어지고 뭉쳐져 꽃들이 되기도 한다. 인간과 자연의 교감이다.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그러면서도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도시인들을 삶. 그런 가운데 류하완 작가의 그림은 삶이란 무엇인지, 자연과 어우러져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여러 지점을 생각하게 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류하완 작가 3D큐브 신작 12일 개막 라틴아메리카 아트페어 참가 '자연과 어우러진 도시인 삶의 풍경'
입력 2014-12-12 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