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은 조현아만 하는 게 아니네.”
주민의 폭언으로 경비원이 분신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S아파트에서 또다시 경비원 폭행사건이 일어나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강남 거지들만 모아놨나. 진짜 부자는 마음도 부자인데, 졸부 자격도 없다. 깡패다”라는 댓글이 쇄도했다.
사건은 10일 발생했다. 아파트 정문경비원 이모(56)씨는 어느 때처럼 경비에 열심이었다. 오후 6시40분쯤 아파트 상가 근처에서 서성이던 입주민 A씨(31)가 자신을 부르는 걸 느꼈다. 아들 뻘인 A씨의 부름에 이씨가 달려갔다. 하지만 다른 용무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A씨는 “왜 꼬라보냐”며 다짜고짜 이씨의 코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이 광경을 다른 주민들이 목격했다. 주민들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신고해 A씨의 폭행을 말렸다. 코뼈가 주저 않은 이씨는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이씨는 경찰에 폭행 사실을 신고했지만 A씨와 그 가족들이 사과를 해오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일로 함께 일하는 경비원들이 일자리를 잃을까봐 걱정됐던 때문이었다. 그는 “사건을 다른 경비원들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돈을 많이 가졌다고 해서 사람을 때리고 욕할 권리까지 있는 건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 며칠 전 조현아 대항항공 부사장이 출항하려는 항공기를 회항시키고 사무장을 내리게 한 일을 일컫는 ‘땅콩 리턴’처럼 ‘압구정 양아치’ ‘강남깡패’ 등의 신조어를 만들며 비난했다.
강남에서 자란 30대가 아버지뻘인 경비원을 폭행했다는 점을 놓고 ‘반인륜적인 일’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한 네티즌은 “돈을 최고로 알고 학벌 쌓기 등 무한 경쟁에 익숙하게 자란 세대들이 그들이 가진 것을 못 가진 사람들을 멸시하도록 배웠다”며 “경비원도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누군가의 남편이고 정년퇴직 후 당신의 모습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조선시대 노비들에게도 이러지는 않을 것”이라며 “강남을 향해서는 오줌도 안 싸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 10월 7일 경비원이 입주민의 폭언에 시달리다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그는 결국 한 달 만인 지난달 7일 숨졌다. 이런 상황에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달 19일~20일 경비원 등 용역 노동자 106명을 전원 해고 통보하고 지난 3일 현재 용역업체를 다른 곳으로 바꾸기로 결정해 사회적 공분을 샀다. 이번에 폭행 피해를 본 경비원 이씨도 분신으로 유명을 달리한 경비원이 일했던 같은 동에서 일하고 있었다.
한편 방송인 황보도 부적절한 언행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황보는 11일 트위터에 “경비 아저씨들에게 잘하려고 하지만 우리 아파트 아저씨를 보면 그 마음이 뚝 떨어진다. 아 화난다. 화를 낼 수 없으니 화가 난다. 그냥 내가 죄송해요 하는 게 낫다. 힘드시면 일 그만 두셨으면 좋겠다. 주민에게 저렇게 짜증내시지 말았으면 좋겠다. 경비아저씨 눈치 보는 세상이 됐다”는 글을 올렸다. 그녀는 이후 비난글이 이어지자 글을 황급히 삭제했다.
김동우 김상기 기자 love@kmib.co.kr
“조현아 갑질보다 더한 뭘 꼬라봐 갑질” 비정한 압구정 아파트
입력 2014-12-11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