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정비대금 수백억원을 빼돌린 방산업체 대표가 2년6개월 도주 끝에 수사당국에 붙잡혔다. 당국은 그가 군 관계자들에게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고양지청장)은 공군 전투기 정비대금을 부풀려 청구한 뒤 이 중 240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방산업체 B사 대표 박모(53)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1일 밝혔다. 박씨는 2006~2011년 3만개가 넘는 전투기 부품을 새 것으로 교체한 것처럼 공군 군수사령부·방위사업청 등에 허위 신고하고 450억원이 넘는 정비대금을 받았다. 이 중 24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다. 우리나라 주력 전투기인 KF-16 전투기에 들어가는 다운컨버터(주파수 변환 장치)·인디게이터(계기 장치) 등 안전과 직결되는 주요 부품이 서류상으로만 정비됐다.
박씨는 군 당국을 속이기 위해 두 종류의 허위 서류를 제출했다. 하나는 수입신고필증이다. 박씨는 기존에 갖고 있던 폐자재 등 전투기 중고부품을 수출한 뒤 그대로 다시 수입했다. 세관에는 새 부품을 수입한다고 속였다. 이 과정에서 발급된 허위 수입신고필증은 1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실제 구입하지 않은 부품을 산 것처럼 꾸미기 위해 79억원에 달하는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았다. 불법 행위를 눈 감아달라는 명목으로 공군 군수사령부 검사관 이모씨에게 5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해당 검사관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6월이 확정됐다.
앞서 감사원은 2012년 군 당국을 상대로 무기정비 실태 감사를 하던 중 박씨 등의 혐의를 적발해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박씨는 도주했고 B사 임원 3명은 검찰의 수사를 받은 뒤 재판에 넘겨져 2012년 11월에 징역 4년과 100억원대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합수단은 지난달 21일 출범 후 특별검거반을 편성해 박씨의 행적을 추적했고 지난 8일 경기도 시흥 인근에서 그를 체포했다. 합수단 관계자는 “합수단 출범 후 박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지인의 도움을 받고 빼돌린 돈을 일부 사용해 도망 다니던 그를 어렵게 붙잡았다”고 말했다.
B사는 전역한 공군 정비사들이 모여 1999년 4월 설립한 회사다. 2006년부터 헬기·전투기 등 공군 항공기 부품을 정비하는 계약을 여럿 따냈다. 박씨는 공군 정비병과 부사관 출신으로 군 인맥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씨가 이씨 뿐 아니라 그 ‘윗선’에도 금품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2012년 검찰 수사 당시 제기됐던 이유다. 합수단은 박씨를 상대로 빼돌린 돈의 사용처와 추가 로비 의혹을 확인할 예정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전투기 정비대금 부풀려 240억원 챙겨… 방산업체 대표 2년6개월 만에 검거
입력 2014-12-11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