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물이 혜성에서 온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로제타의 새로운 정보에 과학계 논란

입력 2014-12-11 16:49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물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46억년 전 태양계가 탄생했을 당시에는 어떤 형태의 물도 존재할 수 없을 정도의 고온이던 원시 지구에 혜성이 충돌하면서 혜성의 물이 지구로 옮겨졌다는 가설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 가설이 흔들리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 등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우주기구(ESA)는 홈페이지를 통해 혜성 탐사선 로제타가 보내온 정보가 지구에 있는 물의 기원에 대한 기존 가설을 흔들고 있다고 밝혔다. 로제타호는 지난달 탐사로봇 필라이를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에 착륙시키기에 앞서 지난 8월부터 이 혜성이 내뿜는 물 분자를 채집·분석해왔다. ESA의 카트린 알트웨그 베른대 교수를 중심으로 한 공동연구팀은 이 결과를 토대로 이날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의 물은 혜성이 아니라 수십억년 전 지구에 충돌한 소행성에서 온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 분자는 두 개의 수소 원자와 한 개의 산소 원자로 이뤄져 있다. 수소 원자는 또 일반 수소와 무거운 중(重)수소로 나누어진다. 연구진이 로제타가 보내온 물 분자에서 이들의 비율을 측정했더니 혜성의 물은 중수소 비율이 지구의 물보다 월등히 높았던 반면 소행성의 물 분자에서는 중수소 비율이 지구와 거의 비슷했다는 것이다. 알트웨그 교수는 “소행성의 경우 40억 년 전에는 현재보다 더 많은 물을 갖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구가 지표면 아래나 극지방의 얼음 등 자체적으로 물을 갖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로제타의 이번 정보가 기존 학설을 완전히 뒤엎을 정도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프랑스국립우주센터(CNES)의 로제타 연구원 프란시스 로카르는 “중수소 비율은 혜성마다 다양하다”며 “기존 학설을 뒤흔들었다기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게 만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 메릴랜드대의 마이클 아헤른 교수도 “놀라운 결과이긴 하지만 혜성에서 왔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며 “물이 다른 유형의 혜성에서 왔을 수도 있다”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