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고문 보고서 후폭풍] 관타나모 수용소 핫이슈로 재부상…오바마 ‘폐쇄 방침’ 공화당에 막혀 주춤

입력 2014-12-11 16:56
ⓒAFPBBNews=News1

미국의 대표적 ‘인권 치부’로 꼽히는 쿠바 소재 관타나모 수용소(사진)가 ‘CIA 고문 보고서’ 공개의 후폭풍 속에 재조명받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의 고문 철페 등 자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감옥인 관타나모를 방치하는 이상 미국은 스스로 진실에 다가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의회의 반대로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다. 우루과이에 이어 브라질 시민단체들까지 나서서 관타나모 수감자들을 브라질로 보내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브라질 현지 언론들은 브라질 정부가 관타나모 수감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권단체들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7일 우루과이가 남미 최초로 관타나모 수감자 6명(시리아 4명, 튀니지 1명, 팔레스타인 1명)을 난민으로 받아들여 정착을 지원하자 브라질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나온 것이다. 이에 브라질 외교부는 “관타나모 수감자 수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제 인권단체인 엠네스티인터내셔널(AI) 브라질 사무소는 “브라질은 관타나모 수감자들을 위한 인도주의적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수감자 수용을 재차 촉구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우루과이 사례를 “불법 상황을 끝내기 위한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하며 “브라질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도 인권유린의 종식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바 동부의 미 관타나모 해군기지에 위치한 관타나모 수용소는 9·11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테러와의 전쟁’ 선포와 함께 2002년 1월부터 운영돼왔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금까지 53개국 779명이 무장단체와 연계됐다는 이유만으로 재판절차 없이 이곳에 수감됐다. 수감자 중 634명이 출소하거나 이송됐고 9명은 사망했다. 나머지 136명은 여전히 수감돼 있다.

2004년 미 대법원에서 ‘관타나모 수감자도 미 법정에서 재판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내려진 이후 관타나모를 둘러싼 인권침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관타나모 기지 폐쇄 방침을 정했으나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치자 현재 행정명령을 통한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동시에 수감자들의 본국 송환과 남미 국가로의 이송도 모색 중이다.

하지만 남미 국가행의 첫 시작이었던 우루과이 이송과정에서 수감자들이 비인간적인 취급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와 또 다른 구설에 휘말렸다. 이송된 수감자 중 한 명인 시리아인 오마르 마흐무드 파라즈(39)는 변호인을 통해 “관타나모에서 우루과이로 올 때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실려왔다”며 “밧줄에 묶이고 눈이 가리워진 채 짐승처럼 다뤄졌다”고 주장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