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화환 보셨나요?… ˝결혼 ‘XX’ 축하합니다!˝

입력 2014-12-11 16:13 수정 2014-12-11 16:15
사진=인터넷커뮤티티 SLR.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요즘 일상적인 대화 중에 ‘욕’이 없는 대화는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특히 좀 친하다싶은 상대방일 경우 제3자를 헐뜯을 때는 당연하고 싸우지도 않는 데 거리낌없이 막말을 내뱉는다.

성을 묘사한 ‘X나게’ ‘X같이’ 같은 경우는 아예 ‘졸라’ ‘졸나게’로 변형돼 욕이 아나라 일상적인 말이 되버린지 오래.

말은 그렇지만 표기는 아직 그렇지 않다.

표기는 기록인지라 ‘증거’가 남아서인지 조심하는 편이다. 아무리 기분이 나쁘고 성에 차지 않아도 절제된 ‘단어’를 쓰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11일 이런 ‘형식’과 ‘틀’을 과감하게 부셔버린 한 장의 사진이 눈에 띈다.

한 인터넷커뮤티티에 ‘올 가을 어느 예식장’이라는 제목으로 게제된 사진인데 결혼을 축하하는 화환이다.

흔히 볼 수 있는 결혼식 화환이지만 문체가 다르다.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가 아니라 ‘결혼을 졸라 축하합니다’다.

아마도 화환을 보낸 이와 대단히 친한 사람인 모양인데 그냥 축하하자니 섭섭한 것 같고 ‘정말’ ‘진짜’등 틀에 박힌 말을 쓰자니 성에 차지 않는 듯한 ‘고뇌’가 엿보인다.

결혼 당사자도 그렇게 기분 나빴을 것 같지는 않다. 그만큼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일테니까.

이런 추론이 가능한 이유는 이 화환을 보낸 사람 때문이다.

그 옆에 큼지막하게 써 있는 이름 석자는 방송에서조차 ‘욕’이 일상화 되어 있는 딴지총수 김어준이다.

신태철 기자 tc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