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배후 돌고돌아 조응천 지목...결국 '라인' 둘러싼 암투?

입력 2014-12-11 15:27

이른바 ‘비선실세 국정개입’ 문건 등의 유출 배후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지목되면서 모든 의혹의 화살이 다시 원점으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고강도 감찰 결과를 토대로 조 전 비서관을 겨냥하고 있지만, 조 전 비서관은 “사실무근”이라며 강력 반발하는 등 내부 이전투구 현상도 빚어지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문건에 대해 “근거 없는 일”이라고 규정한 직후 내부 감찰을 벌였다. 지난 4월 세계일보의 ‘비위 의혹 청와대 행정관 원대복귀’ 보도로 시작된 청와대 내부문건 유출에 대한 1차 감찰 이후의 상황도 포함됐다.

감찰 집중대상은 청와대 오모 행정관이었다. 오 행정관은 지난 6월 청와대 문건이 촬영된 스마트폰 사진 100여장을 들고 “문건 유출이 심각하다. 회수해야 한다”는 보고를 올린 인물이다. 그는 당시엔 사진 출처를 밝히지 않아 후속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최근 오 행정관에 대한 추가조사를 통해 당시 문건 유출에 조 전 비서관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최근 감찰 결과 오 행정관으로부터 ‘조 전 비서관이 문건의 작성, 유출을 주도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오 행정관을 상대로) 어디서 사진을 받았는지 조사했는데 여기서 조 전 비서관의 이름이 나왔다”고 말했다. 다만 “오 행정관이 (감찰결과 보고서에) 서명은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오 행정관이 지난 6월 조 전 비서관 지시로 시중에 유출된 문건 사진을 보고했는데, 이는 오히려 조 전 비서관이 ‘문건 유출과 자신은 관련이 없다’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려는 차원이었다는 게 청와대 판단이다. 박지만 EG 회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조 전 비서관이 정윤회씨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문건 작성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는 조 전 비서관이 오 행정관과 박관천 경정, 전 행정관 최모씨, 국가정보원 전 간부 고모씨, 언론사 간부 김모씨 등이 포함된 7인 모임을 통해 정씨 동향 문건 작성을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조 전 비서관은 “7인 모임은 사실무근이고, 관련 문건도 신빙성이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를 향해 “이제 나를 엮으려니 7인회를 만들었나. 나쁜 분들”이라고도 했다. 오 행정관 등도 “7인 모임이라는 것은 없고 억울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의원 보좌관 출신인 오 행정관은 조 전 비서관과 매우 가까운 사이다. 지난 7월 공직기강비서관실 개편 과정에서 인사조치돼 한동안 대기발령 상태에 있다가 얼마 전 홍보수석실로 발령받았다. 그는 지난주 사표를 제출했으나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표 수리가 되기 전에 범죄 혐의가 있는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 감찰 결과와 관련자 주장이 워낙 상반되는 만큼 명확한 사실관계는 검찰 수사로 규명돼야 한다. 그러나 이른바 ‘라인’을 둘러싼 청와대 내부의 갈등과 암투가 빚어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