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한 가운데 서 있는 승용차 안에서 잠든 운전자가 음주측정 거부로 법정에 섰지만 경찰이 불법 연행한 사실이 드러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청주지법 형사4단독 이경민 판사는 11일 음주측정 거부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벌금형에 약식 기소됐다가 정식재판을 청구한 A씨(49)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 11일 오전 2시25분쯤 청주시 흥덕구의 한 도로 가운데 승용차를 세워둔 채 차 안에서 잠을 자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A씨를 지구대로 데려가 30분간 음주측정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자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고, 결국 A씨는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됐다.
그러나 A씨는 혐의를 부인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 법정에 서게 됐다. 그리고 재판 과정에서 임의동행의 적법성 여부가 부각됐다.
증인으로 출석한 경찰은 A씨가 임의동행에 순순히 응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사건을 경찰서에 신고했던 목격자가 증인석에 서면서 판세가 뒤집혔다.
경찰이 피고인을 끌어내 순찰차에 억지로 태웠고, 그 과정에서 A씨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고 언제든 나갈 수 있다’고 알리는 것을 듣지 못했다고 증언한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경찰이 ‘임의동행 동의서’를 A씨로부터 받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관이 용의자를 억지로 끌고가는 것은 물론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인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임의동행 역시 강제연행이나 불법체포에 해당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위법하게 지구대로 연행된 상태에서 이뤄진 음주측정 요구는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이 위법한 음주측정 요구에 불응했더라도 도로교통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경찰이 불법연행한 음주측정 거부 운전자 무죄
입력 2014-12-11 1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