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정내용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선판매품목허가’의 도입만이 거대 다국적제약사들의 특허공세에 대응해 제네릭의약품(복제약)의 시장진입을 앞당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경호 한국제약협회 회장(사진)은 10일 제약협회에서 열린 ‘한·미 FTA 허가-특허 연계제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약값부담 경감을 위해서라도 제네릭의약품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제약협회는 최근 우선판매품목허가권의 삭제 움직임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국내 제약업계는 한-미 FTA 체결 과정에서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 도입을 적극 반대해왔다. 이유인즉슨, 다국적제약사의 특허 보장을 강화하고 제네릭의약품의 시장진입 지연에 따르는 국가적 피해가 막대했기 때문이라는 게 제약협회 측의 설명이다.
국내 제약업계는 한·미 FTA 의약품 협정 중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에 대비한 대응책을 마련했다. 대표적인 것이 ‘우선판매품목허가제도’다. 우선판매품목허가제도는 한·미 FTA 체결에 따라 내년 3월 15일 도입되는 허가-특허 연계제도의 부속 조항이다. 이 조항은 제네릭을 생산하는 제약사들이 오리지널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와의 특허소송에서 승소하면 해당 기업에게 1년간 의약품에 대한 독점판매권을 주는 내용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오리지널의약품을 다량 보유한 다국적제약사의 특허도전에 대응하고자 제네릭의약품에 대한 일종의 독점권이라 할 수 있는 우선판매품목허가제도 도입을 국회 등에 적극 건의해왔다. 만약 오리지널 제약사가 특허침해를 주장하게 될 경우 소송을 통해 그 주장을 무력화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물질특허 등을 보유한 오리지널의약품은 통상 10년 이상의 독점판매권리를 부여받는다. 이 회장은 “제네릭의약품은 특허기간이 만료돼야 시장에 출시될 수 있으며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시행되면 허가기간의 지체 및 판매제한에 따라 시장진입이 더욱 늦어진다”며 “우선판매품목허가 제도가 시행되면 제약기업들은 오리지널 의약품이 갖고 있는 물질특허를 회피한 제네릭 개발을 통해 또는 특허 무효화에 도전헤 특허만료일 이전에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조항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이 지난 10월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야당,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선판매품목허가제도가 또 다른 피해를 낳을 수 있다며 조항 삭제를 적극 요청해왔다. 제네릭 독점권을 갖지 못한 제약사들의 시장진입을 늦출 위험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우선판매품목 허가제도를 금지하는 내용의 개정안 발의를 앞두고 있다. 김용익 의원은 “한·미 FTA에서도 의무화하지 않은 제도를 국내법에만 적용하지 못하도록 입법조치할 것”이라며 “특허권자와 제네릭 제약사가 담합을 할 위험이 있어 불공정 제도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우선판매품목허가제 삭제를 통해 특허도전을 무력화하는 것은 특허의약품을 다수 보유한 외자기업만 보호하게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약값부담 경감과 약물 선택권 확대, 보험재정 절감, 국내 제약산업의 기술개발 촉진을 위해서 이 제도는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이 제도가 국내 제약업계 희망”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장윤형 기자
이경호 회장 “우선판매품목허가제, 다국적제약사 특허공세 대비할 유일한 수단”
입력 2014-12-11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