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시신 영구미제 되나?-사춘기 지난 여자가 유일한 단서

입력 2014-12-10 18:38
‘사춘기를 지난 여성으로 추정된다.’

지난 3일 경기 수원 팔달산 토막시신의 부검결과다. 경찰이 신원확인에 나섰지만 현재로선 사춘기를 거친 여성 이외의 별다른 단서를 확보하지 못해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시신의 신원이 확인돼야 누가, 왜 살해했을까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장기밀매 조직의 범행도 의심하고 있지만 단서 없는 단순한 의심일 뿐이다. 신원확정을 하지 못할 경우 영구미제 사건이 될 우려성도 없지 않다.

시신 발견 7일째를 맞은 10일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A4용지 7쪽 분량의 시신 정밀 부검결과를 전달받았다.

국과수는 감정서를 통해 ‘사망원인은 자연사나 병사가 아닌 외인사로, 시신은 예리한 흉기에 의해 잘려나갔다’며 ‘신장의 사구체 및 세동맥 경화 소견으로 미뤄 사춘기 이전 연령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신장에서 독극물은 검출되지 않아 중독 가능성은 없으며 가슴부위에는 일부 손상 흔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밀 부검결과가 나왔지만 ‘외인사’라는 소견외 사인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담겨있지 않았다.

또 사망추정 일시도 거론되지 않았고, 냉동보관 후 시신 유기 여부에 대한 소견도 없어 수사 단서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인위적인 냉동여부는 사망시각 추정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경찰이 국과수에 따로 문의한 사항이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 유기되기 전 냉동됐다면 사망(범행) 시각은 시신의 상태로 추정되는 것보다 오래됐을 수 있다.

특히 시신에 장기가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우측 신장 일부 외에 (심장·폐 등)장기가 비어 있었다’고만 표기돼 있었다. 경찰이 장기밀매 조직과 관련된 범죄로 의심하는 유일한 단서다.

장기가 외력에 의해 제거된 것인지, 아니면 토막 과정에서 중력에 의해 흘러내린 것인지 등에 대한 소견은 없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국과수는 부검 감정서에 ‘명확하게 밝힐 수 있는 내용’만 기재하기 때문에 애매한 부분은 아예 거론하지 않은 것 같다”며 “현재로선 피해자 신원을 밝히기 위한 DNA 대조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여성 미귀가자, 가출인, 실종자 DNA를 피해자 DNA와 대조하는 작업을 계속하는 한편 팔달산 인근지역 수색도 이어갔다. 아직 피해자와 DNA가 일치하는 대상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또 CC(폐쇄회로)TV 23개의 영상을 추가 확보, 총 48개의 영상을 분석 중이다.

국과수에 감정 의뢰된 유류품은 한 식당 주변에서 발견된 주방용 칼(칼날 17㎝)과 의류수거함 안에서 발견된 혈흔 추정 의류 2점, 사건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머리카락 뭉치 등이다. 경찰은 이들 유류품이 사건과 큰 연관성은 없을 것으로 보이나 확인 차원에서 감정을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수원=강희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