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부터 설레서 잠을 못 잤어요. 말의 머리카락이 정말 부드러워요.”
한빛맹학교 1학년 한동현(7)군은 신기한 듯 말을 쓰다듬었다. 교사의 도움을 받아 손바닥으로 말의 머리와 다리, 배와 엉덩이를 만지면서 “따뜻하고 포근하다”고 깔깔대며 웃었다.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옆에 마련된 하얀 텐트. 잠실 ‘화이트 빅탑 씨어터’에 서울 강북구 한빛맹학교 1~3학년 16명이 ‘블라인드 터치 투어’에 참여하기 위해 모였다. 이곳에서 공연 중인 아트서커스 ‘카발리아’ 팀이 시각장애 아동을 위해 백 스테이지를 공개한 것이다.
서로 손을 잡고 백 스테이지 마구간에 들어선 어린이들은 발굽에 편자를 박는 방법을 배우고 건초와 곡물 사료, 당근이 담긴 말 밥 그릇도 직접 챙겼다. 말을 직접 쓰다듬고 빗질해주는 시간에는 이 곳 저 곳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안장관리소에서는 직접 영국식 안장과 서양식 안장 두 종류에 앉아 말을 잘 타는 방법을 익히면서 서로 장난을 쳤다. 말을 관리하는 수의사 지도에 따라 헨리와 킨더 두 마리의 심장소리를 청진기로 들어보기도 했다.
“자, 모두 조용히 말이 뛰는 소리에 집중해보세요. 지금 6마리 말들이 여러분 주위를 원을 그리며 달리고 있어요. 다같이 ‘워~’ 소리를 내면 말이 멈출 거예요. 하나, 둘, 셋!”(기수 페어랜드 퍼거슨)
오후 공연을 앞두고 연습을 하던 6마리의 말이 질주하는 모습을 구경해보는 시간도 있었다. 말은 시속 45㎞로 뛰어다녔고 청각과 공기의 흐름을 통해 고스란히 느꼈다. 김서빈(7)양은 “말이 우리를 보고 좋아서 따라오는 것 같다”며 “너무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초반엔 자기 몸보다 서너 배 커다란 동물을 직접 만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던 아이들도 1시간 여 진행된 행사 후에는 친근하게 대하며 장난도 치는 모습을 보였다.
3학년 담임 전성우(31) 교사는 “시력을 가진 아이들보다 동물을 대할 기회가 무척 적은 시각장애 아동이기 때문에 행사가 뜻 깊다”며 “학교로 돌아가기 싫어할 정도로 말과 친해졌고 함께 하는 시간을 즐거워했다”고 했다.
아트서커스 ‘카발리아’는 인간과 말의 교감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으로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모인 말 50마리와 캐나다, 프랑스, 벨기에 등 다국적 기수·곡예사 46명이 만들어 내는 하모니가 특징이다. 캐나다에서 시작해 미국 등 미주지역, 유럽과 호주, 중동을 거쳐 내한했다. ‘태양의 서커스’ 공동설립자인 노만 라투렐이 연출했고 지금껏 전 세계에서 2500회 이상 무대를 꾸몄고 400만 관객을 만났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인간과 말의 교감… 서커스 ‘카발리아’팀 시각장애 아동 위해 백스테이지 열다
입력 2014-12-10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