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 고문보고서가 9일(현지시간) 공개되고 나서 버락 오바마(사진) 대통령은 “미국의 가치에 반하는 일”이라며 재발 방지를 다짐했지만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잔혹한 인권침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에서 “CIA 고문은 우리의 가치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국가안보 이익에도 부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에 중대한 타격을 줬다면서 “앞으로 절대 이런 방법(고문)에 의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을 강하게 하는 힘은 과거를 직시한 뒤 더 좋게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여당이었던 공화당은 CIA의 방식이 테러와의 전쟁에 도움을 줬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베트남전 참전 용사 출신인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은 당론과 달리 “진실의 약은 때로 삼키기 힘든 법”이라며 보고서 공개를 옹호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베트남전에서 5년간 포로 생활을 경험한 바 있다.
불똥은 영국 등 유럽으로도 번져나갔다. 보고서 공개 이후 영국 언론은 영국 정부와 CIA 간의 대(對)테러전 커넥션을 집중 조명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정보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 잭 스트로 전 외무장관이 CIA의 비밀작전인 ‘범인 인도’ 프로그램에 대해 대외정보부(MI6)로부터 매 순간 보고받았다”고 보도했다. 블레어 총리가 (고문 등 구체적 사안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개입 금지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도 “미공개 부분에 MI6가 고문에 협력했다는 상세한 내용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블레어 전 총리와 스트로 전 장관은 논평을 거부하거나 부인했다.
폴란드 정부가 계속해 부인해온 자국 내 CIA 비밀 감옥의 존재도 사실상 폭로됐다. 로이터 통신은 “보고서는 감옥 소재지를 검은색으로 지웠지만, 수감자들의 이름과 이송 날짜 등이 과거 공개됐던 폴란드 비밀 감옥 수감자와 일치한다”고 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CIA 고문 보고서 후폭풍] 오바마 “미국의 위상에 중대한 타격” 우려 속 英에도 불똥
입력 2014-12-10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