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안 재우기·러시안룰렛 강요까지…CIA, 테러용의자 ‘잔혹 고문’ 일파만파

입력 2014-12-10 17:01
다이앤 파인스타인 미국 상원 정보위원장(가운데)이 테러 용의자에 대한 중앙정보국(CIA) 고문 실태 보고서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AFPBBNews=News1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고문보고서가 공개되자 후폭풍이 거세다. CIA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용의자들에게 가한 고문수법이 예상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잔혹한 것으로 드러나자 미국 내에서도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유엔은 고문 책임자를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정부는 반발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해외 공관과 군사 시설에 경계 강화를 지시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미국 상원 정보위원장은 9일(현지시간) 정보위 산하 특별위원회가 수백만 건의 CIA 내부 문서를 분석해 작성한 총 6800쪽 분량의 내용을 500쪽으로 요약한 고문보고서를 공개했다. 고문보고서에 따르면 CIA는 이른바 ‘선진 심문(enhanced interrogation) 프로그램’에 따라 최소 119명의 테러 용의자를 구금,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일주일 이상 잠을 재우지 않거나 러시안룰렛(총알을 한발만 넣고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는 것)을 용의자들에게 강요하는 등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가벗겨 용의자의 수치심을 자극할 뿐 아니라 물고문, 성고문 등도 자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CIA가 고문으로 얻은 정보를 과장해 백악관과 의회를 속였다고 지적했다. 또 CIA가 기밀 정보를 특정 언론에 흘리는 수법으로 고문이 테러 예방에 기여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했다고 보고서는 비판했다.

파인스타인 위원장은 이번에 드러난 관행은 미국 역사의 ‘오점’이라고 규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보고서 공개를 환영하고 고문 금지를 약속했다.

벤 에머슨 유엔 대테러·인권 특별보고관은 “미국은 국제법에 따라 고문 책임자들을 기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