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우리 당이 통합진보당 해산에 반대한다”고 똑 떨어지게 말하진 않았다. 하지만 개인 견해로는 해산 반대편에 섰다. 당론 차원에서 ‘반대’ 입장에 설 경우 불어 닥칠 역풍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마침 10일이 ‘세계인권선언의 날’인 점을 감안, 문 위원장은 인권 차원에서 사안을 언급했다. 한때 야권연대 ‘동지’였다가 종북 논란으로 ‘남’이 된 통합진보당의 해산 여부가 임박해지자 인권이라는 프레임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먼저 문 위원장은 자신이 통합진보당 강령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길게 설명했다. 이석기 의원에 대해서도 “황당무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와 독일 신학자 마르틴 니묄러를 자세히 인용했다. 결론은 통합진보당 노선에 결코 동의하진 않지만 ‘언론 자유’라는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해산에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중도 인사로 분류되는 문 위원장이 통합진보당 해산 반대 입장에 선 것은 야당 지지세력인 재야 시민단체의 요구를 뿌리칠 수 없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문 위원장 스스로 “재야시민사회종교계원로들이 해산반대 입장에 서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전날도 함세웅 신부 등 재야인사들이 그를 직접 찾아왔다.
그러나 ‘반대’를 당론으로 만들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내 중도파들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지도부 관계자는 “당 소속 의원 개개인의 의견이 다 다르니 의원총회를 통해 당론으로 결정할 수 없다. 개인 차원에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시민사회 요구를 마냥 거부하기도 어렵고, 당이 나설 경우 역풍도 우려되는 상황에서 고민 끝에 나온 발언”이라고 전했다.
문 비대위원도 “정당해산심판청구는 정치적 결사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약”이라고 가세했다. 문 위원 측은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는 전제에서 한 말”이라며 “다만 세계인권선언의 날이니까 원칙적 언급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은 앞서 지난달 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정당 해산에 대해 “대단히 신중하게 판단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에서는 그동안 박지원·인재근 비대위원이 공식석상에서 정당 해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인 위원은 “즉각 정당해산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하며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반대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원탁회의’에 참여하기도 했다.
통합진보당은 문 위원장 발언에 환영했다. 홍성규 대변인은 “제 1야당이 자기 입장을 내는 것은 정상적이고 당연한 것인데 그것을 비판하는 새누리당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지킬 의사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정당 해산 여부에 대한 상식적 판단을 반영한 입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과 통합진보당은 2012년 총선 당시만 해도 야권연대를 할 정도로 가까웠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이 분당과 이석기 의원 구속 등으로 ‘종북 논란’에 휩싸이자 결별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문희상, 세계인권선언에 날에 맞춰 통합진보당 딜레마 우회 돌파
입력 2014-12-10 1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