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북한인권 압박...아세안 역할 주문 눈길

입력 2014-12-10 16:29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부산으로 출발하기 전 “북한주민의 인권상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고 말했다.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제66주년 ‘세계인권선언의 날’ 기념식에 보낸 영상메시지를 통해서였다. 박 대통령은 아세안 10개 회원국 언론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서도 북한 관련 발언을 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는데 아세안 국가들이 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간접 화법이 아닌 직접 비판을 통해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한 것은 지난달 유엔총회 제3위원회의 북한인권결의안 통과이후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전쟁’위협을 가하고 있는 현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더욱이 오는 18일엔 유엔총회 본회의에서의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과 유엔안보리의 북한인권 의제 상정이 예정돼 있다. 어느 때보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 관계가 돈독한 아세안을 향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할’을 주문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아세안 각국은 한국의 역사적 상처를 잘 이해해왔고 한국과 북한 모두와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한반도 평화와 통일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정부는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계기로 정치·안보분야에서의 양측 협력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북한의 도발 강도가 높아지면서 한반도 문제에 소극적이던 아세안 국가들의 태도가 우리측에 협조적으로 바뀌는 점은 고무적이다.

아세안과의 보다 심화된 관계 증진을 위해 경제 분야에서는 ‘선물 한보따리’가 준비됐다. 박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한·아세안 비즈니스협회 출범, 아세안 문화원 건립, 한국방문 비자 간소화 및 차세대 유력인사 네트워크 구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10개국 정상 중 절반가량은 5년 전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해 한국에 대해 좋은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하싸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은 회담 직후 브루나이로 돌아갔다가 하루 만인 11일 다시 특별정상회의가 열리는 부산으로 올 예정이다. 태풍 ‘하구핏’ 피해수습을 위해 불참을 검토했던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전날 밤 어렵게 다시 참석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정부는 이번 특별정상회의에 처음 참석하는 인도네시아, 라오스, 태국 등 정상에 대한 의전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빈민 출신으로 지난 10월 취임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방한해 ‘트레이드마크’인 자신의 서민행보를 이어갈지도 관심사다. 얼마 전 ‘501오룡호’ 침몰사고에서 인도네시아 선원 희생자가 11명으로 가장 많아 부산에 마련된 사조산업 대책상황실을 방문할 거란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워낙 자국에서 서민행보로 유명하다보니 잘못 와전된 것 같다”며 “특별정상회의 일정만 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