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공개한 중앙정보국(CIA) 테러용의자 고문실태 보고서는 “고문을 통해 오사마 빈라덴의 은신처와 관련된 결정적 정보는 얻지 못했다”고 고발했다. 이는 “고문이 없었다면 빈라덴을 찾지 못했을 것”이라는 CIA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은신처 발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빈라덴의 연락책 아부 아흐메드 알 쿠웨이티에 대한 대부분의 첩보가 CIA의 고문과는 무관한 다른 정보 창구로부터 습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CIA는 2004년 알카에다 요원을 고문해 쿠웨이티가 연락책이라는 점을 파악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2002년쯤 미국의 동맹국으로부터 “쿠웨이티가 빈라덴과 자주 만난다”는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CIA가 2004년 알카에다 요원 하산 굴을 고문해 쿠웨이티가 알카에다 은신처 추적에 중요 인물이라는 진술을 확보한 건 맞지만 이는 그가 고문을 당하기 전에 이미 자백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CIA는 그를 고문했으나 추가적인 정보를 얻지는 못했다. CIA는 2010년 8월 쿠웨이티를 뒤쫓아 파키스탄에 있는 빈라덴의 은신처를 찾아냈으며 2011년 5월 빈라덴을 사살했다.
보고서는 또 CIA가 고문 기술을 얻기 위해 8100만달러(898억원)를 쓴 사실도 밝혀냈다. CIA는 2005~2009년 심리학 박사 두 명이 만든 외주업체에 용역을 줘 고문기술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했다. 이들은 군 장교 출신으로 2002년 CIA가 빈라덴의 최측근인 아부 주베이다를 심문할 때부터 CIA의 고문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애초 이들은 20개의 고문 기술을 개발했으나 ‘모의 생매장’을 비롯한 10가지 방식은 너무 잔인하다는 이유로 사용되지 않았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CIA “고문 없었다면 빈라덴 못찾았을 것” 주장은 거짓?…美 상원 “동맹국이 정보 제공”
입력 2014-12-10 1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