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60) 독일 총리가 9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기독교민주당(CDU) 전당대회에서 또 다시 당수로 선출됐다. 지난 2000년 처음 CDU 의장에 오른 이래 8번째다. 그가 2017년까지 3선 연임 기간을 채우면 그의 집권 기간은 ‘철의 여인’ 영국 마거릿 대처의 기록인 11년을 넘어선다.
전당대회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많은 정치전문가들은 메르켈이 2017년 독일 총선도 자신의 주도하에 치른 뒤 다시 한번 총리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CDU의 토마스 슈트로블 부당수는 지난 7일 발매된 일요판 신문 빌트암존탁에 “메르켈은 다음에도 총리직에 도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전망은 당 안팎에서 메르켈의 경쟁 상대를 찾을 수 없다는 분석에서 비롯된다.
무엇보다 그의 총리직 수행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압도적이다. 빌트암존탁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메르켈이 총리직을 계속 맡는 데 찬성하는 응답 비율은 74%였다. ARD공영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독일인의 67%가 “메르켈 총리가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메르켈 총리에게 대적할 정치인이 없는 건 아니다. 미하엘 푹스 CDU 경제담당 부대표는 8일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에 “메르켈 총리는 우리의 대안이 아니다”면서 2017년 총선에서 메르켈 총리와 경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CDU의 차기 당수로 거론돼온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국방장관도 잠재적 경쟁자이다. 하지만 여론조사나 당내 위상을 감안할 때 메르켈을 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독일 국민들은 유럽 사회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신냉전’ 위기와 경기침체에 빠지면서 더욱 그의 리더십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니더 마이어 자유베를린대 교수는 “메르켈 총리는 독일에서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며 “그는 시민을 상징하고 독일의 이익을 보호한다”고 말했다.
2005년 10월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로 선출된 메르켈은 재정건전화와 노동정책·의료보험·연금 등의 분야에서 일련의 개혁 정책을 추진해 왔다. 2008년 유로존 위기 당시 메르켈 총리가 이끈 독일은 긴축정책과 실업률 하락을 이끌어내며 유럽의 버팀목이 됐다. 지금도 메르켈 총리는 프랑스 이탈리아에 경제 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유럽의 세력 확장을 거부하는 러시아 정부에 강경한 목소리를 유지하며 서방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것도 지지율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메르켈, 기민당 당수 연임 확정…최장수 여성총리 기록 경신 임박
입력 2014-12-10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