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6·25 참전용사, 전 재산 3500만원 쾌척

입력 2014-12-09 17:02

“평생 혼자 살면서 길거리 장사로 모은 돈입니다. 좋은 일에 써주세요.”

6·25 참전용사인 80대 독거 노인이 평생 노점상으로 모은 돈 3500만원을 부산 사하구(구청장 이경훈)에 9일 이웃돕기성금으로 기탁,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부산 신평동 김원찬(85·사진) 할아버지는 전쟁 당시 신체 일부에 장애를 입어 결혼도 하지 않고 평생을 노점상으로 살아 왔다. 살면서 생필품 외에는 거의 쓰지 않았기에 예금 3500만원을 모을 수 있었다.

김 할아버지는 이날 구청 복지정책과 직원에게 “내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2000만원은 올해 이웃돕기성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1500만원은 구청에서 보관하고 있다가 내가 죽으면 이웃돕기성금으로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구청 직원은 김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2000만원을 먼저 받은 뒤 “나머지 돈은 사시는 동안 쓰시고 싶은데 쓰시고 그래도 남으면 내년에 기탁해 달라”며 “연락할 수 있는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면 수시로 전화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할아버지는 “핸드폰은 커녕 집 전화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대답하며 홀연히 사라졌다.

구청 직원이 자체 조사 결과 김 할아버지는 돈을 아끼려고 난방을 하지 않고 아침 일찍 집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오가며 사람 구경하고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듣고 저녁 늦게 들어와 잠을 청하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

절약이 몸에 배어있기도 하지만 “외로움 때문에 지하철을 타고 오가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구청 직원은 김 할아버지의 집주소만 받아들고 언제 집으로 가면 만날 수 있는지만 확인한 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