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 컴퓨터의 역할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고도의 정신 활동인 소설 창작에도 앞으로 컴퓨터의 역할이 커지게 될 전망이다. 일본에서 소설 집필을 돕는 ‘저술 소프트웨어’를 통해 쓰여진 소설이 출시돼 화제가 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9일 보도했다.
최근 일본 소설가 나카무라 코우와 나카타 에이이치의 공저로 발표된 소설 ‘나는 소설을 쓸 수 없어’가 저술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탄생된 대표작이라고 신문은 소개했다. 이들이 사용한 소프트웨어인 ‘스크리브너(Scrivener·대서인)는 마치 전문 편집자처럼 소설가의 집필을 돕는다. 사용자가 저술을 지시하면 이 프로그램은 줄거리, 등장인물, 장면의 세 가지 요소로 나눈 뒤 각 항목별로 집필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예를 들어 ‘줄거리’ 부분에서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계기는 무엇인가?’ ‘어떤 시련이 있나?’ 등의 질문이 이어진다. 컴퓨터가 제시하는 질문에 필자가 답변을 적어나가다 보면 한 편의 이야기가 구성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필자가 답변을 쓸 때 수시로 ‘갑자기’ ‘하지만’과 같은 접속부사를 제시해 필자가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해준다. 나카무라는 “컴퓨터가 강제로 던져주는 질문들 때문에 그때 그때마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면서 “기존 관성대로 글을 쓰지 않도록 하는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SW를 통한 디지털 창작은 미국에서도 진행 중이다. 할리우드에서는 영화 대본을 쓰는 데 도움을 주는 ‘드라마티카’라는 소프트웨어가 활용되고 있다. 일본 공상과학소설(SF) 작가 후지이 타이요는 “앞으로 전자 창작소설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월드화제] 컴퓨터가 창작도 도와준다… 일본서 SW작업으로 출시된 소설 화제
입력 2014-12-09 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