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땅콩 리턴’ 사건의 후폭풍이 엄청납니다. 네티즌들의 관심사는 사무장 승무원이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권했던 문제의 ‘땅콩’으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우나로아(Mauna Loa) 마카다미아(견과류의 일종)’를 구입할 수 있는 인터넷 쇼핑몰을 링크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제품 사진도 첨부했네요. 삼각형 형태의 파란색 포장지가 눈에 띕니다.
글쓴이는 “비행기까지 돌려야 했던, 그녀가 사랑하는 음식 마카다미아입니다”라며 “드실 때는 반드시 그릇에 담아서 드셔야지 안 그러면 추운 날씨에 집에서 나가야하거나 기차, 지하철, 버스, 비행기 등에서 내리셔야 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세요”라고 적었습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어떻게 먹어야 하냐고 물어보면 아이패드 비밀번호를 정확히 입력하여 켜신 다음 마우나로아 홈페이지를 보여주시면 되겠습니다”라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연결된 링크를 클릭해봤습니다. 마우나로아 마카다미아를 판매 중인 한 쇼핑몰 상품페이지에 “이게 대한항공 일등석에서 제공한다는 상품 맞나요?” “이거 그릇에 담아서 보내주나요?” 등의 질문이 올라와있네요.
마우나로아는 미국 하와이주에 있는 화산 이름이자 마카다미아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브랜드명입니다. 마우나로아 마카다미아는 대한항공 일등석 기내에서 제공되는 상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에 탑승한 조 부사장은 자신에게 이 제품을 건네며 “드시겠느냐”고 물은 사무장 승무원을 항공기에서 강제로 내리게 했습니다. 기내 서비스 매뉴얼을 어겼다는 이유였죠.
매뉴얼에 따르면 승무원은 비행기가 뜨기 전에 승객에게 간식을 먹을지 묻고, 승객이 원하면 마카다미아를 종지에 담아 전달해야 합니다. 조 부사장은 사무장 승무원이 간식을 갖고 와서 자신에게 질문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당황한 사무장 승무원이 매뉴얼을 보여주려고 가져온 태블릿PC의 비밀번호를 풀지 못하자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소리쳤습니다.
이 황당한 ‘갑질’을 전해들은 네티즌들은 비난을 넘어 조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글에는 “이건가요?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음식이?” “비행기도 돌린 맛 궁금했는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배송메모에 ‘매뉴얼대로 가져오지 않으면 수령하지 않겠다’고 적으면 되나요?”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습니다.
문제의 제품을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을 위협할 대세 간식으로 꼽는 네티즌도 눈에 띄었습니다. 맛보다 호기심으로 허니버터칩을 찾는 이들이 많아진 것처럼 마우나로아 마카다미아도 비슷한 현상을 보일 거란 예측이죠. 댓글 중에는 “맛이 궁금해서 하나 주문할까 고민 중이네요” “재벌이 되어보고 싶어 질렀습니다” 등의 의견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조현아 땅콩 품귀 현상’이라는 기사를 쓰게 될 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해당 제품이 의도치 않게 노이즈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마우나로아에서 조 부사장에게 감사의 표시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아, 물론 매뉴얼에 따라서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친절한 쿡기자] 허니버터칩 밀어낼 ‘조현아 땅콩’?
입력 2014-12-09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