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야기-督說(독설)] 원희룡 제주지사에게 ‘제관 강요’는 지나치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산신제 등 전통 제례에 제관으로 참여하는 문제를 두고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뜨겁습니다. 원 지사를 비방하는 댓글이 많습니다.
제주도는 오는 10일 오전 10시 제주시 삼성혈에서 열리는 삼성사재단 건시대제(乾始大祭) 제향 행사에 초헌관을 맡아 집전한다는 일정을 지난 5일 ‘제주도 주간행사계획’을 통해 밝혔습니다. 하지만 제주도는 9일 그같은 주간계획 일부를 변경, 원 지사가 건시대제 제례가 끝나는 시점인 낮 12시쯤 참석한다고 밝혔습니다. 애초 원 지사가 맡기로 한 초헌관은 박정하 정무부지사가 대신할 것이라고 합니다.
제주도는 “당일 원 지사가 ‘수출의 날’ 행사 참석으로 부득이 초헌관을 부지사에게 맡긴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원 지사가 독실한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일부러 피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건시대제는 제주도의 발전과 번영, 도민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제주도제, 즉 전통 제례입니다. 한편 원 지사는 지난 10월 2일 전국체전 성공 개최를 위해 제주시 아라동 산천단에서 열린 한라산신제 때도 초헌관 집례를 비슷한 방식으로 맡지 않았습니다.
원 지사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따라서 제례 초헌관 맡기를 꺼리는 원 지사의 의지는 당연히 존중되어야 합니다. 십계명의 제2계명인 ‘우상에게 절하지 말라’는 율법을 지키고자 하는 신앙인으로서의 기본자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봅니다.
예절에 인색한 것이 아닌데도 방식 문제 삼아
원 지사는 자신이 크리스천이어서 초헌관을 맡지 않겠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전통 문화로 자리 잡은 건시대제 행사에 논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또 제주인의 공동체 정신을 해치고 싶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렇기에 타이밍을 조절한 ‘바람직한 정치적 행위’로 집례를 거부한 거죠.
사실 십계명에서 말하는 ‘우상에 대한 절’은 당시 중동지역 이방신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한 이야기였습니다. 이방종교들이 신상(神像)을 만들어 놓고 혹세무민하는 행위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였습니다. 그리고 이 계명이 선교사들을 통해 한국에서 정착될 때 과도하게 적용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명절에 친부모에게 절하는 것조차 우상을 섬기는 행위라고 가르쳤으니까요.
요즘 개신교에서도 절하는 행위에 대한 해석이 폭 넓게 적용됩니다. 부모에게 절하는 것은 우상숭배가 아니라 그 부모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니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견해입니다.
그러나 죽은 조상에게 음식을 차려 놓고 절하는 행위는 우상숭배라는 것이 개신교인의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조상신 숭배라는 거지요.
원 지사의 초헌관 집례 문제는 원 지사의 신앙적 신념에 맡겨 두는 것이 맞는다고 봅니다. 그가 공동체의 질서를 해치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타인에게 자신의 신앙관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그런데도 원 지사의 자세가 ‘우리 문화를 부정하는 기독교의 편협주의’라고 몰아붙인다면 그것은 ‘공동체라는 우상’을 내세운 쇼비니즘과 다를 게 없다고 봅니다.
우리는 예절에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나 그 예절의 방식에까지 ‘하나 되라’라고 개입한다면 전체주의 국가, 사회주의 국가와 다를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
[다른 이야기 -독설(督說)] 원 제주지사에게 '제관 강요'는 지나치다
입력 2014-12-09 1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