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9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각 부처 장관들에게 사명 의식을 강력히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무위원의 직책은 국민을 대신하고 그 (직무) 실행이 나라의 앞날을 좌우하기 때문에 모든 언행이 사적(私的)인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국무위원은) 국민을 바라보고 행하는 그런 사명감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며 강조했다.
특히 “여러분은 개인의 몸이 아니라 국민을 대신해 맡은 분야의 일을 하는 분들”이라며 “그런 사명감에 불타서 하는 직책 수행의 근본적인 바탕은 국민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최근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파문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만큼 내각에 ‘신발 끈을 다시 고쳐 매자’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윤회씨의 인사 개입이 실제로 있었음을 시사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겨냥한 비판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박 대통령이 직접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을 “나쁜 사람”이라고 지목하고 교체를 주문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대충 정확한 정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김종 문체부 2차관이 유 전 장관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문체부 전직 장관과 현직 차관 간의 ‘집안싸움’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공직자 처신을 다시 한번 강하게 천명한 것 자체가 자신이 임명한 각료들만큼은 다잡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틀전인 7일 새누리당 지도부 및 예산결산특별위원들과의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도 “겁나는 일이나 두려운 게 없기 때문에 절대로 흔들리지 않겠다”고 했었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경제 활성화 법안 등의 처리도 독려했다. 또 2015년 부처별 업무계획 보고를 내년 1월 중으로 완료하겠다고 밝히는 등 국정운영의 속도전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이 불씨와 마중물이 돼 경기를 살리려면 경제 활성화 법안이 제때 (국회를) 통과해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그렇지 못하게 되면 확장예산이 경기도 못 살리고 빚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잇따른 독려와 주문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국정운영의 동력은 이미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의 의혹 일축에도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이 장기간 지속되고 의혹이 또 다른 의혹을 생산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든 의혹의 출발점이자 중심지가 돼버린 청와대는 그야말로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진 형국이다. 내부에서 대외비로 작성된 민정수석실의 문서들이 청와대 행정관에 의해 유출되는가 하면, 이 문서들을 청와대가 직접 ‘찌라시(증권가 정보지)’라고 폄하했다. 여기에 이 문건을 보도한 언론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던 청와대 행정관이 다시 정보유출의 진원지로 지목되기도 했다. 물론 당사자들은 이런 의혹을 부인하고 있고, 사실관계 역시 추가로 밝혀져야 할 게 많지만, 모든 의혹의 중심에 청와대가 놓여 있는 건 사실이다. 특히 해당 문건이 작성된 과정 자체가 청와대 내부 인사들 간의 권력다툼과 갈등에서 비롯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청와대의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관련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홍보라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실 관계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진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언론을 상대로 고소 등 강력한 대응만 남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 홍보수석 등이 중심이 되서 관련된 사안에 대해 정교하고 세밀한 대응에 나서야 하는데, 사전 또는 사후대응이 모두 아마추어식”이라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박 대통령 "국무위원 언행 사적인게 아니다"했지만, 청와대는 자중지란
입력 2014-12-09 1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