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얼굴없는 천사’ 기리는 연극 무대 오른다

입력 2014-12-08 20:30

해마다 연말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전국을 따스하게 녹이는 전북 전주의 ‘얼굴없는 천사’, 그 천사를 기리는 연극이 세밑 무대에 오른다.

전주에서 활동하는 창작극회는 12일부터 28일까지 창작소극장에서 ‘노송동 감동 스토리-♬천사는 바이러스♬’를 공연한다. 얼굴없는 천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이웃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천사가 해마다 나타나는 노송동 마을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흥 부장은 언론의 청탁을 받고 천사의 뒤를 캐는 흥신소 직원이다. 야쿠르트 아줌마 ‘조그만’은 기부금을 노리고 들락거린다. 건달이었던 종세는 높게 자리잡은 고물상을 차지해서 천사가 기부금을 놓고 가는 장면을 먼저 포착하려 한다. 이들은 다시 천사가 나타날 때가 가까워지자 각자의 계획대로 움직이는데….

이지현씨가 작품을 쓰고 곽병창씨가 각색·연출을 맡았다. 창작극회 측은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금 새겨 보고, 이웃 사랑이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063-282-1810).

전주의 얼굴없는 천사는 2000년 4월 주민센터 앞에 처음 58만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14년간 해마다 성탄절 즈음에 몰래 돈 상자를 놓고 갔다. 모두 15차례에 걸쳐 모아진 기부금이 3억4699여만 원에 이른다. 이후 전주는 물론 전국에서 익명의 기부천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전주시는 이 천사의 고귀한 뜻을 기리기 위해 주민센터 인근에 기념비를 세웠다. 주민들은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해 나눔축제를 열고 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