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문건 제보자 수면 위로… 檢 박동열 소환, 박관천과 대질신문

입력 2014-12-08 17:57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문건을 작성하는 근거가 됐던 ‘제보자’가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는 8일 박동열(61)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을 문건의 제보자로 파악하고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7일에도 밤늦게 박 전 청장을 불러 문건 작성 관련 여부를 조사했다. 박 전 청장은 자신도 들은 얘기를 전언(傳言) 형식으로 옮겼을 뿐이라며 문건의 신빙성에 대해 박관천(48) 경정이나 조응천(52)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다르게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가 ‘10인 모임’ 등 문건 내용의 진위를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박 경정 측에 어떻게 전달했는지 등을 폭넓게 조사했다. 박 전 청장과 박 경정의 말이 엇갈려 대질신문도 벌였다. 박 전 청장은 대질신문에서 “10인 모임에 참석해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이 아니라 전해들은 내용일 뿐”이라고 적극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경정은 박 전 청장을 통해 ‘십상시(十常侍) 모임’을 알게 됐고, 신뢰할 수 있는 내용으로 봤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경정 진술과 통화내역 분석 등 여러 경로의 검증을 통해 박 전 청장을 최초 제보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북 경산 출신인 박 전 청장은 7급 국세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장 등 요직을 거쳤다. 발이 넓어 정치권·사정당국 인사들과 교류가 많다는 평을 받았다.

검찰은 청와대 측 고소인들의 통화내역 등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10인 모임’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차명폰을 포함해 (문건에 적시된 이들이) 같은 시점에 같은 기지국 내에 있었는지는 물론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자료까지 모두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씨와 청와대 관계자들은 고소인 자격이어서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복구해 조사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국정개입 의혹의 핵심인 정윤회(59)씨는 10일 오전 검찰에 출석한다. 세계일보에 대한 고소인 자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문화관광체육부 인사 개입 의혹으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피고발인 신분도 겸한다. 검찰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조 전 비서관을 재소환해 정씨와 대질신문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윤회 문건’이 김 실장의 지시로 만들어졌다고 보도한 동아일보 기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김 실장은 ‘자신의 교체설의 배후를 조사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기사 내용이 사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