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79년 고대도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고대 로마제국의 도시 폼페이(Pompeii)는 우리가 실제로 마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고대도시다. 79년 베수비우스산 화산 폭발로 화려했던 도시 폼페이는 화산재 속으로 묻혀버렸고, 18세기 중반에서야 발견됐다. 화산재를 걷어내니 화산 폭발 직전까지 존재했던 고대인의 모습과 화려한 문명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폼페이 유적은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폼페이 유물이 한국 나들이에 나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9일부터 기획전시실에서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 전시회를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전시에는 폼페이에서 출토된 조각품, 벽화, 장신구, 캐스트(화산재 속 빈 공간에 석고를 부어 당시 죽은 사람이나 동물의 모습을 재현한 석고상) 등 300여점이 선보인다.
유물들은 이탈리아 폼페이·헤르쿨라네움·스타비아에 고고문화유산관리국과 나폴리국립고고학박물관에서 대여했다. 이날 언론 공개 행사에 참석한 마시모 오산나 폼페이고고문화유산관리국장은 “폼페이 유적 발굴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며 “현재는 발굴된 유적의 보존 처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아직 발굴되지 않는 곳은 후세대를 위해 남겨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폼페이 유물들을 도시 풍경과 사람들의 일상, 대저택에서의 삶과 예술, 아름다움의 추구, 최후의 날 등 8개 주제로 구분해 전시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검투사 투구와 정강이 보호대가 눈에 들어온다. 폼페이는 정원이 딸린 귀족 별장이나 부유층 저택이 많은 도시였고, 검투사 경기장 등 여러 공공건물들이 건축돼 있었다. ‘황금팔찌의 집’이라고 불리는 대저택의 응접실에 있었던 벽화 ‘정원벽화’도 눈길을 끈다. 길이 10m에 높이 5m에 달하는 초대형 프레스코 벽화다.
여인들이 사용했던 금속 장신구와 화장품도 전시됐다. 한 금속 팔찌에는 ‘노예에게 주인으로부터’라는 글자가 안쪽에 적혀 있다. 다양한 신들의 조각상과 정원 장식품, 장례풍습을 엿보게 하는 유골함과 비석, 부장품 등도 볼 수 있다. 만 15세 미만은 들어갈 수 없는 ‘에로티시즘’ 코너도 작게 마련돼 있다.
전시장의 마지막에는 폼페이 최후의 날을 보여주는 캐스트들이 펼쳐진다. 쭈그린 채로 손으로 입과 코를 막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나 엎드린 채 옷으로 얼굴을 가린 여자의 모습 등은 79년 8월 24일 폼페이를 멸망시킨 화산 폭발의 순간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전시는 내년 4월 5일까지.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서기 79년의 고대도시, 폼페이를 만나다…국립중앙박물관서 전시회
입력 2014-12-08 1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