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알카에다 남아공 인질, 석방 직전 美 자국 인질 구출작전 실패로 숨져

입력 2014-12-08 17:12
미국 해군특전단(네이비실)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 인질 구출작전 당시 숨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남성이 사실은 석방을 몇 시간 앞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예멘 남부 예멘 남부 샤브와주 사막에서 벌어진 구출작전 도중 살해된 남아공 인질 피에르 코르키(54)가 남아공 민간 구호단체 ‘기부자의 선물’(Gift of the Givers)의 1년 반에 걸친 협상 끝에 몸값을 주고 풀려나올 예정이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예멘에서 교사로 일하던 코르키 부부는 지난해 5월 AQAP에 인질로 붙잡혔지만 이 단체의 노력으로 올 1월 부인 욜란데 코르키가 먼저 풀려났다. 이 단체는 추가 협상을 통해 몇 주 전 20만 달러(2억2000만원)의 몸값을 내고 코르키의 신병을 인수하기로 AQAP와 합의, 6일 오전 코르키를 데려올 호송차량이 아덴을 출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네이비실은 이날 새벽 1시(한국시간 오전 7시) 자국 인질 루크 소머스(33)를 구출하기 위해 AQAP 근거지를 급습했다.

네이비실 대원들이 근거지에 접근해 총격전을 벌이자마자 무장대원 한 명이 인질을 잡아둔 건물에 들어가 인질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이 총격으로 소머스는 물론 그와 같은 방에 붙잡혀 있던 코르키도 숨졌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다른 인질들의 석방 계획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그것은 우리 계획에 들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기부자의 선물’ 측도 AQAP 연락책이 석방 계획을 비밀리에 진행하라고 요청해 예멘이나 미국 측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남아공 정부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테러단체와 몸값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기부자의 선물’ 책임자인 임티아즈 술리만은 욜란데 코르키에게 “기다림이 거의 다 끝났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지 불과 두 시간 만에 코르키의 사망소식을 들었다면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코르키의 가족들은 납치 558일 만에 시신으로 돌아오게 된 코르키의 죽음을 슬퍼하면서도 용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인 욜란데는 성명을 통해 “오늘 우리는 용서하고 사랑하기로 결정했다”며 “피에르와의 기억들로 기뻐하고 우리의 가슴 속에 그가 계속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고통 앞에서 잘 대처하기 위해 숙고했다”며 “지금은 고통이 버겁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