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억대 조류발전소 국책사업, 대기업 간부 비리로 사실상 좌초

입력 2014-12-08 15:56
160여억 원의 조류발전소 건설 국책사업이 대기업 간부 1명의 부정으로 사실상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부산경찰청(청장 권기선) 수사1과는 8일 입찰 정보를 제공하고 허위 공사 보고서를 작성해 주고 해당 업체로부터 6억600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 등)로 H중공업 전 간부 김모(60)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기성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감리업체 대표 추모(43)씨도 구속했다.

경찰은 또 이들에게 돈을 준 해양구조물 설치업체 대표 김모(43)씨와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한 건설업체 등 5명을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감리업체 대표 추씨, 해양구조물 설치업체 대표 김씨에게 H중공업 내부 예상 낙찰가격을 알려줘 이들이 공개입찰에서 손쉽게 공사를 수주하도록 도왔다. 입찰에서 27억원을 써내려던 해당 업체는 H중공업의 예상가가 34억원인 것을 알고 33억원을 써내 최종 낙찰을 받았다.

2012년 5월 광주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이들은 차액을 리베이트로 주고받기로 약속했다.

감리업체와 해상구조물 업체는 이런 방법으로 감리용역은 물론 해저케이블 공사 등 52억원 상당의 공사를 추가로 수주했다.

입찰 규정을 맞추려고 이들은 평소 잘 알고 있던 건설사와 감리회사를 들러리로 내세워 입찰에 참여시키기도 했다.

해양구조물 설치업체는 수주 받은 공사를 부산의 한 소규모 업체에 재하도급 했는데 이 업체는 해저에 파일을 박는 과정에서 강한 암반 때문에 설계된 깊이를 지키지 못하자 파일 위를 2.5m가량 자르는 등의 방법으로 부실 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와 추씨는 공사가 마치 정상적으로 완료된 것처럼 보고서를 작성해 주고 지난해 9월 1차 기성금 18억150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2010년 신재생에너지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모한 ‘1㎿급 조류력 발전시스템’ 개발사업으로 H중공업이 수주했다. 사업비는 정부 출연금 71억8000만원을 포함해 총 165억6000여만 원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전남 진도군 임회면 장죽수도에 고효율의 500㎾급 발전기 2대를 설치, 가동하면서 기술력을 축적하자는 게 이 사업의 취지였다.

설계 등의 사전 작업을 거쳐 2012년 5월 H중공업은 장죽수도에 해상 구조물 공사를 담당할 업체를 모집했다. 당시 H중공업 총괄사업팀장을 맡은 김씨가 감리업체와 해상 구조물 공사업체와 결탁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H중공업은 공사비를 받지 못한 재하도급 업체가 철수하고 어민 반대로 공사 진행이 어렵게 되자 지난해 10월 해당 업체와 계약을 해지했으며, 정부출연금 반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경찰청 류삼영 수사2계장은 “조력발전소 건설은 이런 비리로 공사가 중단된 데다 어민 반발까지 겹쳐 사업을 재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김씨가 사명감을 갖고 사업을 관리하고 감독했다면 중요한 국책사업이 중단되는 사태까지는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